신발류·견직물의 수출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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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미 신발류 협상이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원칙적인 타결에까지 이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의 당초 입장이 워낙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던 점을 고려하면 그간 협상대표들의 노고가 적지 않았음은 쉽게 짐작된다.
비록 타결된 내용이 우리에게 흡족한 수준은 아니라 해도 이처럼 당사자간의 협의로 무역거래에 얽힌 제반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해 나갈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무역협상의 경우 대부분 양측의 이해대립이 극명하여 소망스러운 결과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 자제와 끈기를 유연한 신축성과 조화시키는 자세가 특히 무역협상에서는 긴요하다는 점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수량이 연1천6백만 켤레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종 타결된 연3천6백20만 켤레는 상당한 진전이다. 그러나 지난 한해의 실적이 4천3백만 켤레에 달한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 실적에 비하면 합의된 수량은 14.2%가 적은 것이다. 이만한 물량이면 해당업계가 타격을 입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경제의 확대지향성 때문에 수요물량의 불의의 감퇴는 설비「로스」뿐 아니라 자재·고용·유동성 등 갖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협상은 타결되었으나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므로 이제는 협상이후의 문제들을 정리하는 순서가 필요하다. 우선 올해 수출이 어떻게 영향받을지를 살피고 2억5천만「달러」로 계획된 신발류 수출의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지를 검토해야 한다. 가능한 길은 지금 물량이 늘고 있는 구주와 중간·「아프리카」쪽에 보다 집중저인 판촉을 벌이는 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나친 물량 증가로 견제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지금의 증가속도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특히 EC쪽은 그런 가능성이 다른데 보다 높다. 시장개척의 의욕을 높이되 지역적 편중을 되도록 피하는 절도 있는 진출이 바람직하다. 이런 일은 업계뿐 아니라 지원행정에서도 거들어줘야 한다.
절대물량의 감소는 제품의 고급화로도 어느 정도「커버」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워낙·노동집약적이어서 한계가 있음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신발류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견직물 쪽에 있다. 일본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적용키로 한 견사·견직물수입사전허가제는 사실상 한국의 견직물수입을 봉쇄하는 조치와 다름없다. 일본은 이번 조치가 「가트」(GATT)의 특례조항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일본은 그런 특례를 원용할 여건도 아닐뿐더러 상대국의 사정도 그것을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당사국인 우리로서는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한일 생사류 회담을 불과1주일 앞두고 아무 사전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번 조치가 단행된 점이다. 일본식 상법을 익히 보아온 터이지만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그 도가 지나치다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조치의 상대국들이 「홍콩」「브라질」·중공 등 대부분이 개도국인 점에서 더욱 그렇다.
1주일 전「런던」의 7개국 정상회담 때 누구보다도 더 큰 소리로 자유무역과 확대균형을 주장하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내주의 생사회담에서는 이번 기습조치의 부당성이 신랄하게 추궁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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