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 협정비준안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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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일본 중의원 본회의는 29일 상오 0시40분 영해 12해리법·2백 해리 어업 전관수역 법만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3년간 끌어온 한일 대륙붕협정 비준 승인 안은 안건으로 상정시키지도 않은 채 산회함으로써 한일 대륙붕협정은 이번 회기에 사실상 폐기될 것이 확실해졌다.
자민당과 야당은 5월5일까지 계속되는 연휴가 끝난 뒤 6일 중의원운영위를 열어 비준 승인안 문제를 재조정한 뒤 5월10일의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호리」중의원 의장의 조정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이 비준안이 10일 중의원을 통과하더라도 참의원에 송부 되어 자동성립 될 시한을 넘기기 때문에 회기를 연장하지 않는 한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자민당과 야당은 28일 상오부터 중의원운영위 이사 간담회를 단속적으로 개최하면서 한일 대륙붕협정의 본회의 상정문제를 협의했으나 자민당이 이 비준안과 영해 12해리법·2백해리 전관수역법 등 3안건을 일괄 상정하여 통과시키기로 주장한 데 반해 민사당을 제외한 사회·공명·공산·신자유 「클럽」등 4개 야당은 2개의 해양법만을 분리 상정하자고 맞섰다.
자민당은 하오5시30분 의원총회를 열고 강행 통과 방침을 확인했으나 「호리」의장의 중재 안을 받아들여 한일대륙붕 협정을 연휴 뒤로 미루고 2개의 해양법은 심야본회의에서 채택하기로 합의, 밤11시55분 본회의가 개최됐다. 민사당은 이 같은 조정안에 반대, 본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호리」의장은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28일 중으로 대륙붕협정을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히고 이 비준안의 외무위통과는 합법적이었으므로 5월 10일 본회의에서는 야당의 반대 없이 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자민당은 2개 해양법을 우선 통과시키려는 계산에서 한일대륙붕협정문제를 뒤로 미룬 것이다.
10일에 중의원에서 이 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참의원 통과는 불가능하다. 참의원 외무위가 9대11로 자민당이 열세이고 본회의에서 자민당이 의결에 필요한 단순과반수에서 1석을 넘고 있기 때문에 강행통과가 불가능하다. 또 자동성립을 위해서 회기를 연장하는 길은 있으나 참의원선거가 오는 7월3일로 예정되어있어 일 정상 회기연기 역시 실제로 불가능하다.
자민당이 중의원외무위에서 비준안을 강행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체면치레」의 인상을 남겼다. 자민당과 야당이 이 비준안을 중의원외무위까지는 통과시키기로 「양해」했다는 설까지 보도됐었다.
자민당은 자동확정에 필요한 회기연장은 않더라도 5월10일 본회의 통과까지는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국회주변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되는 경우 비준안이 자동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의 입장도 살고 자민당도 최선을 다했다고 한국정부에 변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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