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신발류 수입 규제 부당|카터, 무역위 권고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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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카터」 미 대통령은 미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 및 대만산 신발류 수입에 대해 관세 할당제를 실시, 수입을 강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미 ITC (국제무역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새로 임명된 통상 협상 대표 「로버트·스트라우스」 대사에게 한국과 대만을 방문, 신발류의 자율 수출 규제 문제를 협상토록 지시했다.
「카터」 대통령은 신발류 수입 규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 지난 40년간 미국은 통상 장벽을 낮추는데 앞장서 왔다고 지적,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 무역 원칙에 바탕 하여 ITC의 권고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카터」는 「스트라우스」대사에게 한국과 대만 같은 대표적인 신발류 수출국과 자율적인 수출 규제 협상을 벌이도록 지시하는 한편 미 신발 산업에 대한 보호조처를 의회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카터」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신발 산업 보호조처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새 생산 체제를 위한 기술 원조 ▲시장 조사 지원 ▲외국산 신발류 수입으로 타격을 입는 기업체 및 실직자에 대한 구제 조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신발류 생산 공장이 68년의 6백개에서 현재 3백80개로 줄어들고 7백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트라우스」 대사는 한국 신발류의 대미 수출이 74년의 9백만 켤레에서 76년엔 4천4백만 켤레로 급증했다고 지적, 한국과 대만이 미국 시장을 남용한다고 말했다.
「스트라우스」대사는 77년엔 한국 신발류의 대미 수출이 6천만 켤레로 예상된다고 했다.
「스트라우스」 대사는 한국과 대만을 방문, 신발류 수출의 자율 규제를 협상할 것이며 앞으로 90일 동안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카터」 대통령이 관세 인상이나 「쿼터」 적응을 포함하는 어떤 조처든지 취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트라우스」대사는 「카터」 대통령과 자신의 협상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기를 거절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수입 신발류 총량을 4천만 켤레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스트라우스」 대사는 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총 수입량을 그렇게까지 낮게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우스」 대사는 「카터」 대통령이 TV 수입 규제 문제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절했다.

<해설>「런던」 회담 의식한 「선처」
ITC (미 국제무역위원회) 건의대로 미국 정부가 신발류에 대한 수입 규제를 실시하게 되면 우리 나라는 올해 약 2억「달러」의 대미 수출 차질이 예상되었던 만큼 「카터」대통령의 조치는 극히 다행한 일이다.
우리 나라 신발류 업계는 작년에 약 5천만 켤레 2억6천만「달러」를 수출했고 올해는 20% 늘어난 6천만 켤레 3억5천만「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중 70%가 ITC가 수입 규제를 건의한 비 고무화류 (케미컬화·가죽신)다.
ITC의 건의는 종전의 수입 관세를 10%에서 40%로 대폭 올리고 한국에 대해선 9백20만켤레만 종전 관세로 수입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수입 신발에 대해선 인상된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수출 차질이 불가피했던 것.
「카터」 대통령이 관세 할당에 의한 수입 규제 방식을 거부한 것은 오는 5월 「런던」에서 열릴 서방 경제 정상 회담에서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은 문제는 미국과 자율 규제 방식을 협의, 수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과당 경쟁을 막고 품질 고급화로 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하며 질서 있는 수출을 해야할 것이다.
「카터」의 조치는 현재 계류중인 TV수입 규제 문제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일단은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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