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무대는 관객 속에 창고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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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희가 따로 없다. 지하실에 자리한 극장은 사방 벽쪽으로 긴「벤치」가 몇 개 놓여 있고 가운데는 동그랗게 비어있다.
비여 놓은 곳이 무대 구실을 한다. 무대는 늘 막이 열려 있게 마련이며 조명이 들어오고 연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관중서의 이곳 저곳에서 무대로 등장한다.
창고극장(서울 중구 저동1가 20)은 관객들 속에 무대가 있는 우리나라 유일한「아레나·스타일」의 극장이다.
장소가 워낙 좁아(31평) 무대를 따로 만들 여유도 없지만 극장측은 무대 공간의 특이성과 독특한 정식의 연극 보급을 위해 일부러 이런 무대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독특한 형식의 무대와 연극 때문에 연극이 한창 무르익을 때는 관객들도 배우가 된 듯 자칫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곳의 연극은 무대와 객석이 뚜렷이 구분된 보통 극장의 연극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갈등을 느끼게 된다.
창고 극장의 수용인원은 1백명 정도. 독립된 객석이 아니고「벤치」로 돼있어 관객끼리 바싹 붙어 앉으면 1백50명까지도 입장할 수 있다고.
창고극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4월.
그동안 연중무휴로 24편의 연극을 공연했다.
『타이피스트』(머레이·시즈갈 작), 『티·타임의 정사』(해럴드·핀터작)등 출연자 2∼4명 정도의 소규모 연극이 대부분이지만『대머리 여가수』(이오네스코 작),
『지난여름 갑자기』(테네시·윌리엄즈 작), 『고도를 기다리며』(새뮤얼·베케트 작)등의 대작도 편극을 해서 공연했다. 「레퍼터리」도 명작 번역극·판소리·국내 작가들의 창작극「시리즈」등 다양하다. 약 1년 사이에 동원된 관객 수는 1만8천여명. 대부분 남녀 대학생들로 여대생이 8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20여명은「레퍼터리」가 바뀔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구경하는 연극광들이다.
연세대 가정대 이순희양(20)은 한달 용돈 1만5천원 가운데 4천원을 연극 구경하는데 쓴다고 했다. 이양은 영화는 곧 잊어버리는데 연극은 보고 나면 책 1권을 읽은 것처럼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것.
창고극장 대표 이원경씨(연출가·중앙대 교수)는 대학생층의 연극「붐」에 대해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라고 했다.
즉 일시적인 유행 현상으로 전반적인 연극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란 것. 그래서 외국의 유명 번역극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작가의 창작극은 텅텅 빈다는 얘기다. 연극은 모든 예술의 기본적인 분야이므로 연극 중흥을 위해서 당국의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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