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업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남경」특별시가 건설된 후 정부는 새 행정수도가 우리나라 기업경제의 중심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체의 「남경」시 이전을 봉쇄하는 한편 기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가운데 상당부분을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했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종전대로 새 행정수도가 기업에 대한 모든 업무를 장악하는 경우 국내의 모든 기업체는 사업장을 「남경」으로 옮겨야 하며 따라서 「남경」은 홍수같이 몰려드는 소 업체들로 뜻하지 않던 혼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업무분산은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새 행정수도 「남경」은 여전히 중앙집권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체들의 고민은 큰 것이다. 물론 새 행정수도가 건설되기 전 행정 각 부처를 상대로 해야했던 업무가운데 상당량이 서울시로 이관되기는 했지만 중요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업무처리는 「남경」시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중앙은행까지 「남경」에 새로 새워져있어 모든 기업체들이 「남경」을 근거로 하지 않고서는 기업운영이 거의 마비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기업체들은 「남경」시 건설초기 「남경」에 상주원을 파견하는 정도에서 그쳤으나 「남경」에서의 업무가 양적으로도 많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복잡하고 중요해지자 「남경」의 인적구성을 서울본사에 버금하는 지사규모로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재미있는 현상은 지사설치 역시 제한을 받고 있으므로 비공식적인 사무실이 「아파트」촌이나 주택가까지 침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밖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에 불과한데 들어가 보면 「텔렉스」시설까지 갖춘 완벽한 사무실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촌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10가구 가운데 1가구는 사무실로 꾸며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을 규제할만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남경」시 당국은 골치를 썩이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체로 하여금 거의 모든 업무를 서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울을 경제도시로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일반 기업체는 또 그런대로 견뎌 나갈 수 있다지만 신문·방송·통신 등 「매스컴」은 제작에 상당한 제약을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물론 「매스컴」으로서는 본사를 행정수도에 옮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법적인 규제도 규제려니와 서울의 「매스컴」의 경우 그날그날 8백만 시민을 대상으로 하던 경영적인 입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옥이전은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지사규모의 이른바 「남경」본사이다. 인적구성으로 따지면 서울본사에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남경」시의 「뉴스」를 「커버」하기 위한 정치·경제·사회·사진 등 취재부서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어 서울본사 편집국의 축소만을 보는 듯한 느낌이며 지원 업무 부서도 마련되어 있어 「남경」본사의 기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텔렉스」전송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기동력을 갖추기 위해 서울본사와 「남경」 본사간에는 경비행기가 수시로 왕래한다.
그러나 결국 새 행정수도 「남경」이 있어서 기업이나 「매스컴」이 보여주는 이 같은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경」이 순수한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철저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든가 그렇지 않으면 규제조치를 완화하는 등 운영의 묘를 기하여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정리=정규웅기자><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