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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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는 흔히 반만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라는 말을 하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 가운데에는 우리 문화유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이「택시」를 잡아 국립중앙박물관까지 가겠다고 할 때에 우리 운전사들이「런던」이나「파리」에서 들을 수 있는 바와 같은 인사를 한 뒤, 다소 언어가 소통된다면 그 혼잡한 교통에 자주 걸리는 신호대기 때마다 가령『지금은「천마총」에서 발굴된 유물을 특별전시중인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습니다』라든지,『일본 각지를 돌고 온「한국미술 5천년 전」의 전시회가 대성황입니다』라는 한마디만 던져도 과연 문화민족이라는 감탄이 생길 것이다.
박물관의 가장 큰 구실은 얼마나 값진 사회교육을 하느냐에 있다고 하지만,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어 그 곳을 찾는 사람에게 감명을 주고 사랑을 받는 박물관은 그 생명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조선총독부박물관이라는 이름아래 보잘것없는 식민지 박물관으로 발족하였지만,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과히 손색이 없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자라게 된 것이다.
또 당시의 평양분관에 있던 금속기시대·고구려시대의 유물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개성분관의 유물이 전화를 면하고 온전히 남게 되었다는 점은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신라문화를 한자리에 모아 놓기에는 너무 허술했던 동헌지의 경주분관도 신축 이전한 뒤로는 국립경주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충실해졌다. 부여·공주의 국립박물관들도 백제문화의 특색을 볼 수 있을 정도는 된 셈이다.
이번에 정부에서는 신안 앞 바다에서 건진 송·원대 도자의 전시를 위하여 광주에 박물관을 세우기로 하였다. 청자의 주산지이던 강진, 분 청의 명 요이던 무안일대와 그 전통을 계승 발전이라도 시키려는 듯 크게 도예공업이 일고 있는 목포와도 가까운 곳에 도자를 중심으로 한 박물관이 선다니 그런대로 유서도 없지 않다.
송자를 보려면 중국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이란」왕실 소장품과 함께「유럽」의 몇몇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우리 광주박물관도 이 대열에 끼어 당당히 한 몫을 할 것 같다.
과학박물관·민속박물관 등의 이름은 우리도 익히 들어온 바이지만, 외국에는「카메라」박물관·「스포츠」박물관·지류박물관 등의 특수박물관까지 생겨 박물관활동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우리도 귀면와당, 민화를 또는 특정한 지방의 민속품을 모은 개인박물관이 등장하여 진귀하게 여기고 있지만, 나라에서 세우는 특수박물관으로서는 광주가 처음이다.
당국은 이를 계기로 큰 관광 권도 형성하겠다고 하였다. 마땅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획이지만, 내친걸음이니 담양의 죽세공 품이나 충무의 나전칠기·입류의 민구 등도 지나다가 한눈으로 볼 수 있는 박물관의 설립도 구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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