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발병에 아버지 영향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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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양 신경정신병원장 이규항 박사「팀」연구>
구미에서는 정신분열증발병에 어머니의 독특한 행동·성격·태도·가족상호관계 및 신경증 적 경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보다 중요하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안양 신경정신병원장 이규항 박사「팀」은『한국인 정신분열증환자의 부친에 대한 정신의학적 연구』라는 논문에서 1백74명의 정신분열증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특성이 발병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정신분열증환자의 아버지는 비교적 독자(18·3%)가 많았고 부양가족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독자인 아버지는 그 자신의 부모에게 받았던 과잉보호와 과잉기대 속에서 유아독존 식의 사고체계가 형성되고 배타적인 대인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자녀의 건전한 자아 및 초자아 형성을 방해하고 사회화 과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신분열증환자의 아버지는 습관성 음주나 정신장애를 가진 예가 전체의 33.3%나 된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성격은 반사회적이고 피동 공격적인 경우가 훨씬 많았고 대부분 가정생활·부부생활·성생활·사회생활에 있어서 적응능력이 원만하지 못했다.
결국 가족상호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정서적인 이혼상태가 정신분열증 발병의 촉진인자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녀 및 부인에 대한 정신분열증환자의 아버지의 특징적인 태도를 분석해 보면 4개의 정신분열증 부형이 두드러 진다.
즉 첫째는 서로 불신하고 배타적이며 노골적으로 거절하거나 상호 의사소통의 장애로 말미암아 가정 안에 분파를 만드는 경우가 많고, 둘째 자녀 및 부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절 감이나 적개심을 억압하기 위한 반동으로 과잉보호나 강박적인 경우가 많다. 셋째 자녀나 부인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자녀들을 제멋대로 방임하면 타인에게 의존적이고 집안 일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고, 넷째 반대로 자녀와 부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듯 아버지의 병적 태도가 자녀들의 인격성숙 및 발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지는 것은 구미의 가족제도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아버지의 권한이 비대 되어 있는 장남위주의 부권사회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분열증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어머니보다는「아버지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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