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신춘「중앙문예」평론 당선작|<김천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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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논평적 시점의 경우나, 중립적 시점의 경우나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수식이 성립된다.
설화자>주 인물.
(4)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
설화자가 여러 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고 한 인물의 마음속에만 들어가는 시점이다.
설화자는 한 사람의 작중 인물만 선택하여 그의 눈으로 보고 그의 귀로 듣고 그가 생각한 것만을 기록하기 때문에 타 인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알려 줄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흔히 「한 인물의 어깨 너머로 보는 시점」이라 불린다. 여기서 독자는 작중 인물과 밀착되어 흔히 동일시의 환상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작중인물의 심리분석이나 내적 갈등의 표현에 적당한 시점이다. 「스토리」가 한 인물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소설에 통일되고 일관된 느낌을 준다. 그러나『독자는 선택된 인물이 가는 곳 외에는 갈 수 없기 때문에 관찰이 한정된 범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으며, 그 인물이 모든 사건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도록 만드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서투른 작가는 그 선택된 인물을 끊임없이 열쇠구멍으로 엿보게 하거나, 중요한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하거나, 중요한 사건의 현장에 우연히 있게 하려고 할 것이다.』라는 「페린」의 말처럼 이 시점은 독자가 알고, 체험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못한 결점이 있다.
장편으로서 「카프카」의 『성』. 단편으로서 백인빈의 『조용한 강』이 대체로 이 시점으로 쓰여져 있다. 여기서는 『성』의 주인공 K나 『조용한 강』의 주인공 삼릉이에게만 초점이 고정되어 있다. 독자는 이들 .주인공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딴 인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시점도 또한 설화자가 얼굴을 내밀고 논평을 가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논평적 시점과 중립적 시점으로 나누어진다. 또 주 인물에 초점을 맞추느냐, 부 인물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주 인물 시점과 부 인물 시점으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으로 『성』이나 『조용한 강』처럼 주 인물 시점이 많지만 국외의 관찰자에게 또는 그 사건에 관련된 부 인물에게 초점이 고정된 부 인물시점도 이론상으로는 존재할 수 있다. 어느 환자의 심리·생태·치료후의 변화 등을 의사의 입장에서 3인칭으로 서술한 소설은 이 부 인물 시점의 보기가 될 것이다.
이 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의 특수한 경우로 「스테레오」시점(Ster-eoskopische Perspektive)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어떤 사건을 처음은 한 인물의 입장에서, 다음은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두 번 서술하는 것으로, 독자는 두 인물의 눈을 통해 한 사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중적인 선택적 전지시점이라 할 수 있다.
또 내적 독백이나 자유 문접 화법이 과연 어느 시점에 속하느냐하는 문제가 흔히 제기된다. 내적 독백이나 자유 간접 화법은 작중 인물의 마음속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전지적 시점이다. 그러므로 초점이 한 인물에게만 고정되어 있으면 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이 되고. 주 인물은 물론 부 인물의 내면 세계까지 묘사되고 있으면 3인칭 전지적시점이 된다고 하겠다.
이 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주 인물시점: 설화자=주인물
부 인물시점: 설화자 <주인물>

<계속>

<목차>
I.서언
Ⅱ.시점에 대한 고찰
A.제 이론
B.설화자의 존재
C.시점의 종류
D.시점의 선택과 전이의 문제
Ⅲ.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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