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불] 전문가 "활엽수를" 농민들 "소나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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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활엽수만 심으면 가을.겨울엔 헐벗은 모습뿐이야. 사철 푸른 소나무를 심어야 해."

취재팀이 만난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토성면 주민들은 소나무가 아닌 활엽수는 나무 취급도 하지 않았다. 사철 푸르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나무 숲을 가꾸면 송이를 거둘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산림전문가들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대신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단체나 생태학자들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 산불피해지역이 자연적으로 복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산불지역 복원을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2000년 동해안에서 발생했던 엄청난 산불 피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놓고 1년 가까이 논란을 벌였다.

당시 정부는 주민.지자체의 요구를 수용, 피해지역의 절반(51.5%)은 인공조림하고 나머지 절반(48.5%)은 자연복원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은 응급복구 하고▶송이 생산지역은 소나무 조림을▶나무가 상당 부분 살아 있거나 중요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은 자연복원을 하는 원칙도 정했다.

이번 취재팀 조사에서는 자연복원 지역에서 생태계 더 빠르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민둥산으로 변한 산불 피해지에 사방 공사를 하지 않는 바람에 2002년 태풍 루사 때 486㏊의 광활한 면적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에 자연복원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도로변이나 관광지 등은 빨리 자라는 활엽수로 조림할 필요가 있고 살아남은 나무가 다시 자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연복원하는 등 지형 등에 따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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