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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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응모작 가운데는 근자의 비평경향을 반영해서 근대 이전의 우리 문학을 다룬 것이 많았다. 이런 경향의 응모작품들은 대체로 과거의 몇몇 작품을 보기로 해서 우리문학의 특성을 일반화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좀 더 충분한 증거를 대야겠다고 생각되었다. 넓은 의미의 한국문화 론을 시도한 글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혁명과 사랑의 변증법」은 현대문학을 다룬 시인·작가론 가운데서 빼어나 있다. 그러나 한용운을 다룬 이 시인 론은 비극적 인간관과 혁명정신이란 것이 연결되어 있지 못하다. 또「릴케」의 <천사>와 만해의<님>도 논리적 필연성이 없이 병 ?되어 있다는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시에 있어서의 정보의 효용과 한계」는 자기주장도 뚜렷하고 또 설득력도 있다. 말의 선택도 적절하고 치밀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논쟁적으로 치우쳐 있다. 이 글의 필자가공격하고 있는 유파의 비평 방법상 맹점이 자명한 것이라면 거기 반대하는 문학 이해 방법의 공리도 그만큼은 자명한 것이다. 평론에 있어 논쟁적 요소는 필수적인 것이지만 처음 내는 작품으로서는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여기서 구사한 작품분석을 작가론·작품론으로 재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소설의 시점」은 자기주장이나 지적열정이라는 면에서는 앞에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 서구소설 이론의 중요한「패러다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시점에 대한 작가의 이론을 섭렵하여 그것을 분류하고 있다.
이점 착실한「리포트」로만 흐른 미흡 감은 있으나 소설 이해의 한 관점을 자기 나름으로 집약하고 또 예증을 우리 작품으로 보강한 것은 강점이다. 모험보다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선택된 이 글의 필자의 정진을 빈다.
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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