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에 즐거움 주는 박물관 만들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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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깨가 무겁습니다. 함께 관장 공모에 응해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구요. 앞으로 중앙박물관에 어려운 현안이 있을 때 마다 주저없이 그분들에게 연락해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31일 차관급으로 격상된 첫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된 이건무(56) 신임관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중앙박물관 수장이 된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전임 지건길 관장 퇴임 후 후임자를 뽑는데 열흘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치열했던 그동안의 과정을 의식한 듯 탈락한 경쟁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李관장은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곧 관장 임명이 결정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李관장은 "기쁘다는 생각보다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李관장은 오는 2005년으로 예정된 용산박물관으로의 이전, 당장 내년 10월로 닥쳐온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박물관 이전은 용산박물관 주변 미군 헬기장 이전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앙박물관이 이전을 계기로 세계적인 수준의 박물관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책임이 무겁다.

하지만 李관장은 "11개 국립지방박물관 개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李관장은 ▶관람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박물관 분위기 조성▶지방 박물관들의 특성화 유도▶용산박물관 개관에 맞춘 북한과의 연구 교류▶연공서열이 아닌 업적에 따른 승진 등 합리적인 인사를 통한 박물관 내부 개혁 등을 임기 중 과제로 꼽았다.

사학계의 거두였던 두계(斗溪) 이병도의 손자인 李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부터 박물관에서 일했다.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 국립광주박물관장 등을 역임했고 89년 창원 다호리고분, 97년 광주 신창동 철기유적 등 굵직한 발굴 현장을 두루 거쳤다. 꼼꼼한 고고학 전문가라는 평가다. 박물관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인력 특성을 꿰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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