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유황 정유 시설의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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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4차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81년까지 국내의 모든 정유 공장에 탈 유황 시설의 실치를 의무화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이를테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기로 한 비장한 결심이라 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최소한 2천5백억원의 시설 대금을 부담해야 할 국내 정유 업자들의 저항이 예상됨은 물론, 유황 성분 함유량이 적은 유류 사용으로 크게 오르게 될 모든 석유류 제품값이 이 나라 국민경제 전체에 미칠 심대한 영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결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공해 문제의 중압 앞에 정부가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 동안 정부는 너무도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한편에서 먹구름처럼 중첩돼 가고 있던 각종 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짐짓 외면해 왔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국외에서 큰 말썽을 일으킨 공해 산업의 유치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래 세계 수위를 자랑한 경제 성장율 못지 않게 세계 최악의 공해 성장국이라는 불명예까지도 감수해 왔던 것이다.
오늘날 선진 공업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마다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거액을 공해 방지를 위해 환경 보존 분야에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경험에 비추어서도 우리와 같은 후발공업국가로서는 마땅히 그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도 모른 체 한 응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 대기 오염 등 각종 공해를 일으키는 요인들 가운데서도 그 첫쨋번 원흉으로 손꼽히는 것이 다름 아닌 유류 속의 유황 성분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기름은 연료와 더불어 독성이 짙은 아황산「개스」를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동식물의 생성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유 회사들이 그러한 유독성 유황 성분이 많이 함유된 저질유를 도입하고, 그나마 정유 과정에서도 탈 유황 시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 도입량이 이제 약1억3천만「배럴」에 이르고 있음을 상기할 때, 그 안의 유황 함유량이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3.5∼4%(일본은 0.3∼3%)라는 사실이 함축하는 바는 실로 중대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는 훨씬 유황 성분이 적은 원유를 도입한 위에 다시 정유 과정에서의 철저한 탈 유황 과정을 통해 대도시에서는 유황 성분 0.7%이하의 기름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바 이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보다도 24%가 더 비싼 유류값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지금까지 유황분 함유량 1.7%를 기준으로, 0.1%씩 적어질수록 1「배럴」에 3「센트」씩 올려 받고, 반대로 0.1%씩 많아질수록 1「배럴」에 0.1「센트」씩 싸게 원유를 팔아 왔는데, 우리나라에 원유를 공급하는 「메이저」들은 그 중에서도 값이 가장 싼, 그래서 유황분이 많은 저질유를 도입해 온 것이다.
그 위에 국내 정유 업자들은 그들의 막대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유황분 제거 시설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듣기로는 1만「배럴」규모의 탈 유황 시설에 약2천4백만「달러」, 따라서 5만「배럴」의 정유 공장의 탈 유황 시설에는 1억2천만「달러」의 투자가 소요되어 사실상 그만한 정유 공장을 새로 세우는 것과 맞먹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날로 심각해 가고 있는 공해 문제의 중대성을 상기할 때 정유 회사들도 이제는 그 막대한 이익의 일부를 탈 유황 시설의 설치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안될 고비에 이론 것이라 하겠다.
실상, 유공은 작년에 89억원, 올해는 무려 2백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호남정유도 작년에 약 89억원, 올해는 1백억원의 이익을 낼 전망이어서, 이들 정유 회사들의 단계적인 탈 유황 장치 시설 투자가 재정적으로 반드시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정유 공장의 탈 유황 시설 투자액에 대해 조세 감면과 탈 유황 기름값의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댓가로 기름값을 올려 주는 안이한 방식만은 극력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 경제적 입장에서 폭리를 옹호해 주면서까지 응당 스스로 해야 할 공해 방지 시설비를 소비자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납득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해 제거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 발전소나 자동차 등 기름을 사용하는데서 개별적인 「개스」 정화 장치를 반드시 설치토록 강력한 법제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해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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