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주택·묘지에 행정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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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7일 하오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호화 주택, 요란한 결혼식, 왕릉 같은 묘지 건설을 예로 들어 요즘 가정의례준칙, 시행이 문란해지고 있다고 지적, 『단속 법규를 보완해서 지도 단속을 강화하고 이러한 일부 지각없는 사람의 행동은 국민 총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므로 법으로 다스리고 충고로 각성케 하는 한편 사전에 부채 환수, 대부 규제 등 방법을 써서라도 행정적인 제재를 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가정의례준칙 시행 후 한때 좋아졌다가 요즈음 다시 옛날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고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체면과 위신을 중시하는 인습이 있는 데다 요즈음 생활이 좀 나아지니 허례허식에 흐를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김영준 사정특별보좌관의 서정쇄신 추진 상황 점검 보고를 받고 『그간 정부가 서정쇄신에 주력해 온 결과 전반적으로 좋아졌으나 좀더 노력하면 거의 쇄신을 이룩할 수 있으니 국무위원들은 비상한 관심과 확고한 소신으로 강력히 지도 감독하라』고 지시하고 『연내로 부처관계관 회의를 열어 문젯점을 지적해 주고 즉각 즉각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나쁜 사례에 대해서는 처벌하고 양호한 사례는 표창하는 신상필벌로 하여 그 결과를 내년 1월중에 보고하라』고 말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다음 박 대통령은 「칵테일·파티」를 열어 국무위원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무위원들은 서정쇄신이 타 업무 못지 않게 중요하며 모든 업무의 근본임을 깨달아 비상한 관심과 확고한 소신으로 추진하라.
금년 한해를 보내며 한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서정쇄신의 미흡이다. 다른 모든 일이 잘 된다 해도 이것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부정부패·부조리의 추방과 사회 기강 확립은 천혜의 자원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며 역사적으로 보나 타국의 예로 보나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근본이다.
▲가정의례준칙 시행은 우리나라 전통으로 보아 일조일석에 바로 잡아지기는 어려운 일이나 꾸준한 계몽과 특히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한 요건이 된다. 예컨대 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자녀 결혼식을 요란하게 올리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듣고 있는데 지각없는 일이다.
돈을 번 사람들 중에는 집을 요란하게 짓는 일도 있어 이웃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결국 그 욕은 정부로 돌아오게 되며 더 나아가 국민 총화를 깨는 일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장차 자기가 묻힐 묘지를 왕릉같이 만들거나 터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 두는 사례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자기 돈으로 자기 집을 짓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일부 지각없는 사람의 행동이 국민 총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연말 연시를 맞아 군경의 경계는 물론 일반 행정관서나 직장에서도 숙직·당직 등에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금년도에는 청와대 직원을 풀어 점검할테니 장관들은 미리 주의시키고 감독해 주기 바란다.
▲연말 연시를 앞두고 우선 공무원부터 검소한 몸가짐과 생활 자세를 갖도록 하라.
보사부 장관은 노임 체불이 없도록 철저히 조처하며 농수산부 장관은 9분도 쌀 암거래 단속을 철저히 하도록 하라.
▲내년부터 실시되는 생보 대상자들에 대한 의료 시혜 준비 상황을 일선에 사람을 보내 점검해 보니 「카드」기록이나 계몽 등 행정적 조치에 있어 더 좀 철저히 돼야 할 점들이 있다. 졸속으로 서두르지 말고 정확을 기하면서 추진하라. 타 부처 시·도와 협력하고 신문 방송 등을 통한 홍보 계몽에 철저를 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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