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요소 많아 세계 경제 불투명하나|한국 경제는 현재의 기조 유지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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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착실한 회복세를 보여 오던 세계 경제는 지난여름 이후 그 회복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이에 영향을 받아 경기가 둔화 현상을 나타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큰 관심사로 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최근까지 계속해서 상향 안정세를 유지해 오던 경기 예고지표가 월중에 0.1「포인트」 떨어져 1.7을 보이게 되었다. 여기에다 연말을 앞두고 유류 가격의 인상마저 불가피하게 되어 있어 작금의 국내외 경제 정세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경제 회복의 둔화 현상에 대하여 세계의 권위 있는 각 연구소에서도 그 견해를 약간씩 달리 하고 있다.
OECD 및 EC에서는 현재의 둔화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하면 영국의 NIESER 및 미국의 「워튼」 경제 연구소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경제의 동향을 볼 때 금년 2·4분기부터 회복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리하여 성장율이 약 1%「포인트」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퇴조는 주요 선진국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파급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마저 주고 있는 것 같다.
한편 물가는 영국 및 이태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선진국에 있어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시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안정세는 총 수요 증가의 둔화와 1차 산품 가격의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가 예상보다는 장기화하여 하계 이후 약 3%「포인트」성장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종합 경제 지표상으로 볼 때 일시적인 정체로 생각되며 특히 「카터」신정부에 의한 경기 확대를 위한 재정 정책의 조기 실시가 기대되고 있다. 서독 및 일본은 국제 수지 호조 하에서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리하여 「워튼」 연구소에서는 금년의 세계 경제 성장율을 5%, 77년에는 6%, 그리고 OECD에서는 금년에5%, 77년에는 4%를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제 동향을 보면 월중에 처음 경기 예고지표가 1%「포인트」 미락하였으나 이는 주로 국내 건축 활동의 저조와 L/C 내도의 감소에 기인한 것 같다. L/C 내도의 감소는 계절적인 요인과 L/C 선수금 수취를 규제한데 기인한 것으로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생산과 출하는 모두 증가하여 생산 활동은 활발하였다. 물가도 전월에 비하여 1.5%상승하였으나 전년 말에 비하여 8%밖에 상승하지 않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 금융면에서는 내수 부문에서 자금 경색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연말을 앞두고 추곡 수매에 따른 재정 부문의 통화 증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최근의 해외 경제 정세에 비추어 볼 때 세계 경제는 불안 요소와 더불어 불투명한 점을 안고 있다. 즉 아직 가시지 않은 「인플레」압력이 있는 가운데 유류 가격의 인상이 여기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는 한편 선진 각국의 수입 규제 기미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앞으로의 동향은 세계 경제의 약6할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일본·서독 경제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는데 다행히 이들 국가들이 비록 최근의 회복세가 둔화상을 보이고 있으나 물가는 안정세를, 시현하고 있다. 선거를 끝낸 이들 국가 중 미국은 「카터」신정부에 의하여 경기 회복책이 곧 실시될 것이며 일본 및 서독도 국제 수지 호조 하에서 물가가 안정세에 있기 때문에 물가와 성장간의 이해 득실을 놓고 후자를 택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의 해외 경제는 어두운 면을 안고 있기는 하나 현재와 같은 혼미 또는 관망 상태에서 회복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상반기에 17%의 고성장을 이룩하였고 금년도 성장율도 약 15% 달성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내년도의 성장 목표율을 10%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의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류 파동 이후의 우리나라의 착실한 성장 성과와 금년에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인 경상 수지의 개선·물가의 안정세 등에 비추어 볼 때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의 기조를 계속 유지랄 것으로 생각된다. 【박기순 <한은특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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