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천 수필집-낙동강 소금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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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자는 목사가 천직이지만 전직장관의 경력도 있고 현재는 기독교 방송국의 책임도 맡아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저명한 지도적 인사의 한 분이다.
이런 분들은 대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어 글을 쓰는 시간을 얻기가 어려울 것인데도 이번에 나온 수필집 『낙동강 소금배』를 보면 그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이 나는 대로 자신의 견문과 사색을 글로써 정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 서문에 이런 귀걸이 있다. 『「골프」장 안에서는 기름진 흰 얼굴들이 하얀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그 「골프」장 언덕 아래에서는 일에 지친 일꾼들이 삽과 괭이를 든 채 때묻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같은 땀이지만 서로 다른 두가지 땀이다. 한쪽은 돈을 주고 땀을 사고, 한쪽은 땀을 주고 돈을 얻는 것이다.』
땀에 대한 이러한 관찰은 전 박사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필이란 신변잡기로부터 지식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 사람의 인격적 요소와 함께 특정된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게재됨으로써 더욱 빚을 발한다. 교회에서 또는 방송국에서 항상 인생의 등불을 밝혀주고 있는 전 박사가 수필이라는 문학적 형식을 통해 평소 자신의 인생적 경륜을 만인 앞에 또 한번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은 문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매우 값진 일로 생각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감명을 얻기를 바란다. 조연현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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