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개발과 재산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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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 그 중에서도 도심의 토지 이용을 고도화하고 도시구조를 근대화하는 것은 도시계획이 끊임없이 지향하는 바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무리 없이 원만하게 지탱되느냐에 있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중인 도시재개발법안은 도시의 토지이용을 고도화하여 아름답고 현대화된 도시건설을 촉진하자는 데 그 근본취지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취지를 이해치 못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제와 사회의 발전, 그리고 인구의 증가에 맞추어 발전하지 않는 도시는 재대로의 도시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도시가 확대되는 수요에 부응하려면 스스로 혁신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한 도시의 자체혁신, 즉 재개발의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다소간의 불편과 손해를 끼치는 등의 부작용은 의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부작용 때문에 도시의 자체혁신이 중단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몇 가지 부작용 때문에 도시의 자체혁신이 중단된다면, 일부시민의 불편은 곧 시민 전체의 불편으로 확대되고 급기야는 도시 기능자체가 마비상태에 빠질는지 모른다.
때문에 기존도시에서 적절한 규모와 수준의 재개발은 그 도시가 유지될 수 있는 존재양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은 그곳에 사는 시민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하는 한 방법에 불과하다.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여기에 도시의 자체혁신이 지니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도시재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시민의 재산권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적 재산권의 개념은 사유재산권과 공공복리의 조화를 중시하지만 역시 재산권의 보호는 자본제 사회의 근간이라 해서 과언이 아니다.
재산형성의 욕구야말로 성장에의 의욕으로 이어져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동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도시전체의 발전과 조화의 필요 때문에 재개발사업지구 내의 시민재산권의 제약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그로 인한 손해는 정당하게 보상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유 재산권과 공공폭리의 조화는 재산권의 제언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만 가능하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이번에 성안된 도시재개발법안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은 듯 하다. 법안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그 내용을 자세히 알기는 어려우나, 우선 국회심의에서 통과된 법안자체가 관례를 깨고 비밀에 붙여진 것부터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동안 여당권에서마저도 이 법안이 영세지주나 건물주를 보호하는 규정이 소홀해 민원을 살는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사실 재개발지구 내 토지의 강제수용 및 제3자의 사업대행은 사업시행 상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토지소유자들에 의한 재개발신청의 경우 이에 동조하지 않는 소수 소유자들에 대한 대책이라든지, 개수명령이나 이전명령에 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 및 지원대책이라든지, 재개발사업청산 과정에서 청산교부금지연방지책 등도 미흡하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행정을 보더라도 의욕이 앞서 시민의 재산권 보호에는 너무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사회도 사유재산권을 존중해선 도시계획을 추진할 수 없다는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반성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유재산의 보호라 해서 그 원형을 손대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 만큼 국민의 재산형성의 의욕이 손상되지 않도록 손해가 발생하면 적절한 보상에 만전을 기해야겠다는 것이다. 도시재개발법안의 성안·심의과정에서 국민의 재산권침해 우려가 사라지도록 신중한 배려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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