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케인즈 이론|박재윤 <경제학·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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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케인지언」 경제학이 그의 40년 역사에서 받은 주요한 이론적 도전의 하나로 우리는 「시카고」 학파를 중심으로 한 통화주의의 도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에 대공황 당시 대량 실업의 원인과 대책을 구명하지 못한 고전학파 경제 이론을 「케인즈」가 비판적으로 극복하고 거시 경제학의 새로운 체계를 확립했다. 이를 「케인즈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로 「케인즈」의 전통적 조술자들이 만들어낸 소득 지출 이론은 1960년대 중반 이래의 만성적 「인플레이션」에 대해 만족스러운 처방을 주지 못하는 것을 비판했었다.
이와 함께 고전학파의 화폐 수량설 현대적으로 해석, 계승하여 화폐의 중요성과 문제성을 강조한 통화주의의 대두를 흔히 「케인즈」 혁명에 대한 「반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화주의는 1930년대와 1940년대를 통해 당시 경제 학계의 지배적 경향과는 달리 화폐 수량설의 중요성에 관해 부단한 이론과 주장을 전개해 온 이른바 「시카고」의 구술적 전통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전통을 계승한 「밀튼·프리드먼」 등은 1950년대 후반부터 주로 화폐량과 다른 경제량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의 결과를 끊임없이 발표, 『경제 활동의 어떠한 단기적 움직임도 화폐적 변화와 충격을 무시하고서는 정확하게 이해될 수 없다』는 통화주의의 기본명제를 정립하게 됐다.
그러나 통화주의가 사람들의 주목을 제대로 받게 된 것은 1965년의 월남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경제 문제로 된 이후부터다. 즉 실업을 인류 최대의 경제적 해악이라고 보는 「케인지언」들의 견해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을 실업보다 더 고통스러운 경제적 해악이라고 보아온 통화주의자들의 주장이 「인플레이션」의 격화에 따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케인지언」들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높은 실업률을 참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주의자들은 그것은 단기적 관계에 지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정상율 혹은 자연율에 머무르고 「인플레이션」율이라는 배반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통화주의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억제가 경제 정책의 제일의적 목표로 되어야 하며 「인플레이션」 문제에 있어서야 말로 「케인지언」들의 소득 지출 이론이 무력하다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화폐적 현상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장 경제 조직위 내재적 안정성과 경제 조직의 자율적 조정력을 신봉, 정책 당국의 재량에 의한 단기적 안정화 정책의 운용을 반대하는 등 통화주의자들이 「케인지언」들과 관점을 달리하고 있는 문제는 적지 않다.
「케인지언」들에 의해 경제 분석에서 거의 도외시되다시피한, 화폐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고 그 중요성을 계속 강조, 화폐를 다시 경제 분석의 중요한 위치에 복귀시킨 것은 통화주의자들의 현대 경제학에 대한 중요한 기여다. 그러나 통화주의가 아직도 그들의 이론 체계를 완성하지 못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의 「반혁명」이 과연 「케인즈 혁명」을 극복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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