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 살해범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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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원=남상찬·모보일 기자】서울 성북구 서소문동 선양분씨 살인 강도범 최익성(32· 서울 성북구 종암2동 109의2)이 범행 37시간만인 11일 하오 10시30분 고향인 전남 남원군산동면 부절리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최가 갖고 있던 현금 5만2천1백원과, 극약 2병, 범행에 사용한 후 고향 뒷산에 버렸던 피묻은 흰 장갑을 증거물로 압수하고 12일 하오에 최를 서울로 압송, 강도 살인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경찰은 11일 하오 10시쯤 최가 자기집에 나타났다는 최의 삼촌 최춘식씨(42·산동면 부절리801)의 신고에 따라 산동리 지서주임 오권식 경사(42) 유재순 경장(37) 등이 출동, 유서8 통을 쓰고 있던 최를 검거한 것.
최는 말끝마다 우발적인 범행임을 강조하고 없어진 돈의 행방, 귀금속이 든 가방의 처분처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그건 금시초문이다. 절대로 모른다』며 범행일부를 잡아떼기도 했다.
최는 범행 하루전인 9일 하오 10시쯤 선씨 집을 찾아갔으나 문을 열어 주지 않아 선씨의 변심에 격분, 앙심을 품고 되돌아갔다는 것.
이어 10일 상오 9시30분쯤 다시 선씨 집을 찾아가 선씨와 정을 나누고 『어젯밤에는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선씨는 갑자기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이 사기꾼 놈아』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달려들어 이에 흥분, 주먹으로 눈언저리를 한번 쳤다는 것.
이에 선씨가 더욱 달려들며 112신고를 하겠다고 하여 선씨의 얼굴을 계속 치고 목을 조른 뒤 안방 「캐비닛」위에 있던 과도로 마구 찔렀다는 것.
그 후 목욕탕으로가 피묻은 손과 양말 등을 씻고 방안에 있던 전화번호부에서 TV 냉장고 「피아노」상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피아노」 냉장고 TV 등을 팔았다는 것.
최는 5월초 최모씨(33·여·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소개로 선씨를 알아 5월30일부터 사실상 부부생활을 해오다 8월말부터 선씨가 변심한 것 같아 초조해왔으나 최근 다시 가까워졌었다는 것.
최는 선씨를 찔러 숨진 후에는 범행을 위장하고 달아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선씨의 안방에서 전화로 상인들을 불러 냉장고 등을 팔아치웠다고 자백했다.
최는 범행 후 곧 제일은행 남대문지점에 들러 낙원「피아노」사 주인 한덕진씨(41)로부터 받은 자기앞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후 광화문에서 친구인 안모씨(34)를 만나 빚 4만원 중 1만원을 갚고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종암동에 있는 자기집과 둘째 누나(40)집에 들러 하오 5시쯤 동양고속 「버스」를 타고 하오 9시쯤 전주로 내려갔다.
전주에서 하룻밤을 보낸 최는 11일 상오 10시쯤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찾아가 15년 전 사망한 아버지 최형주씨(당시 52세)의 산소에 성묘를 하고 소주1병을 마신 후 자살하기 위해 삼촌인 최씨 집에 들렀다고 말했다. 전주∼남원간「버스」안에서 현금 일부는 소매치기 당했다는 것.
최는 유서에 『백지에 적습니다』를 서두로 선씨를 살해하게 된 동기를 자세히 적었다.
최는 범행후 신문과 방송을 통해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단정, 수배했음을 알았으며 모든 것이 괴로와 자살을 계획했다고 말하고 계속 『죽게 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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