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되 살아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하천의 이름과는 달리 썩은 물이 흘러 「죽음의 개천」이 되어 버린 서울 청계천 하류에 씨가 마른지 오래였던 물고기가 되살아났다.
서울 성동구 군자동 청계천과 중량천이 맞부딪치는 한강 어귀의 삼각하류-.
청계천 하수 처리장 방류「펌프」장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를 따라 요즘 송사리·붕어 떼가 몰려들어 인근동네 개구장이들이 물고기 잡기에 한창이다. 개구쟁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일요일이나 방과후면 그물을 들고 물에 뛰어 들어 잽싸게 물 속을 오르내리는 물고기와 숨바꼭질을 한다.
청계천 하수처리장 방류「핌프」장 아래 개울에서 물고기가 처음 발견된 것은 하수처리장이 가동된 9월21일부터 보름쯤 후인 10월 초순. 종합 종말 처리사업소장 박만석씨 등 직원들이 방류「펌프」장 바로 아래 장안교 위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했다.
박씨 등은 처음 다리 아래 얕은 개울에 송사리 떼가 노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으나 고기들이 방류「펌프」장에서 나온 맑은 물줄기만 따라 2백여m 가량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 정수 처리돼 나오는 물 때문에 물고기가 되살아난 것을 알고 환호를 올렸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한강에서 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전 같으면 폐수에 질식해 죽었을 테지만 하수 처리장에서 정수돼 나온 신선한 물줄기를 만나면서부터는 서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 「청계천의 재생」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어패류가 물 속에서 생존하려면 용존 산소(DO)가 최소한 5PPM이상, 생물학 적산소 요구량 (BOD)은 20∼30PPM 이하라야 한다. 용존 산소가 3PPM이하가 되거나 B0D가 30PPM을 넘을 경우 질식현상을 빚어 어류패의 지속적인 생존이 곤란하다는 것.
청계천은 이조 태종12년(1412년) 도성 구축과 함께 파 5백여년간 글자 그대로 맑고 깨끗해 60여년전에도 탁족놀이를 하고 6·25전까지만 해도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거나 개구쟁이들이 헤엄도 치고 물고기를 잡았다. 그러나 6·25사변 후 개울가에 판잣집이 들어서고 서울에 각종 공장이 들어차면서 완전히 오염, 현재는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3백80PPM, 용존 산소 0이라는 「죽음의 개천」이 되고 말았다.
이같이 청계천이 극도로 오염돼 서울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의 수질까지 위협하자 서울시는 61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최초로 하루 25만t의 청계천 물을 정화하는 청계천 하수 처리장을 세웠다. 재 방류「펌프」장을 나온 물의 BOD는 19∼25PPM, DO는 5∼6PPM으로 측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일대 하류에 물고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신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