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희비…김장배추·무우 값 폭락-작년의 절반 값…도시민은 부담 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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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장철을 앞두고 대도시의 소비자와 지방의 농민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입동이 지나 김장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인데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김장값이 지난해에 비해 50%이상 떨어지고 계속 내림세를 보이는 바람에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들게 됐으나 생산자인 지방농민들은 김장값이 폭락하자 무우·배추를 밭에서 뽑아내지도 않은채 그대로 방치, 울상을 짓고있다.
김장값 폭락현상은 도시에서는 날씨가 따뜻해 매기가 없어 김장시장 개장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지방의 생산지에서는 지난해의 호황으로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데다 수확기의 고른 날씨로 대풍을 이루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서울의 경우 1일부터 개강하기로 돼있는 시내 1백52개소의 임시 김장시장 중 일부는 김장감을 찾는 수요자들이 없어 「11월1일부터 12월5일까지 김장시장 개장」이라는 표지만 걸어놓은 채 개강을 늦추고 있다. 개강을 한 일부시장들로 매기가 없어 아침에 접 당 4천 원씩 하던 배추(중품)를 파장에는 2천5백 원씩에 팔고있다.
동부청과주식회사(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39의48) 영업과장 김갑동씨(50)는 날씨가 따뜻해 매기가 없다면서 『이달 중순이 지나야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동시장(9일 개장예정) 신촌·창신시장 등은 김장시장 개장을 앞두고 5∼6개의 노점들이 김장을 담글 때까지 먹을 김칫거리를 몇 포기씩 팔고있을 뿐이다.
중부·영등포·용산공판장은 개장은 했지만 매기가 없어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8일 현재 서울지방의 김장시세는 배추가 상품(한 포기 무게1관 이상) 한접(1백 포기)에 6천원, 중품 4천원, 하품이 2천5백원 선으로 작년에 비해 절반 이상, 10일 전보다도 3천 원이 떨어졌다.
무우도 상품 한접(1백개)에 3천5백원, 중품 2천원, 하품 1천원 선으로 10일 전보다 약간 내림세다.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것은 마늘과 새우젓.
마늘은 상품 한접에 6천5백원, 중품 4천5백원 선으로 거래, 작년 최상품이라도 4천원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천5백원이나 올랐고 10일 전에 비해서도 6백원이 뛰었다.
새우젓도 작년에 비해 크게 올라 한때 상품 ㎏당 9백원 선까지 했으나 지금은 많이 내려 5백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고추는 10일전보다 근당 50∼60원이 오른 6백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원】배추의 경우 상품 접당 8천원으로 작년 1만6천원에 비해 절반 값으로 떨어졌고 무우는 상품 한접에 5천원으로 작년 1만원에 비해 역시 절반으로 떨어진 시세.
이 같은 김장 값 폭락으로 생산농민들은 운반비와 생산비를 빼면 이익이 별로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농협경기도지부는 채소재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배추 1만6천1백65t, 무 1만2천2백82t 계약수매 키로 했으나 이 수량이 생산량에 비해 너무 적어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전】 각종 물가상승에도 불구, 이같이 김장값이 폭락하자 대덕군 유성읍 장대리 이춘길씨(43) 등 일부 재배농가에서는 무우·배추를 뽑지도 않은채 밭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있다.
대덕군 원예협동조합 이정우씨(59)는 『1천명에 배추·무우를 재배할 경우 종자 값·농약·경운기 사용료 등 10만원이 드나 생산량은 1만2천∼l만5천원으로 13만∼20만원의 수익밖에 없어 인건비·출하비 등을 건질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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