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두 북괴 공관원의 북구 탈출 상보-핀란드지 경위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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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속보= 망명한 것으로 전해진 북괴 「핀란드」대사관 운전사 김학천과 「스웨덴」대사관 서기관 김덕천은 지난 4월 10일 「헬싱키」보안경찰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며 경찰과 서독대사관의 주선으로 4월 12일 하오 5시 25분 「헬싱키」발 「프랑크푸르트」행 「루프트한자」기 편으로 서독으로 탈출했음이 밝혀졌다.
최근 「헬싱키」에서 발간되는 월간지 「피미」지 11월호는 북괴 공관원의 망명사건의 전모를 보도했는데 평양 측은 고위 정보장교 1명을 「헬싱키」로 파견, 현지 공관과 함께 「핀란드」의 사립탐정을 동원, 망명 공관원을 납치 또는 암살할 계획을 꾸몄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피미」지의 보도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망명 공관원은 사촌형제 사이였다. 김덕천은 지난 4월초 사촌 김학천을 만나기 위해 「헬싱키」로 가서 망명계획을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4월 10일 토요일 이들은 동료들에게 「쇼핑」간다고 말한 뒤 외교관 「넘버」만이 달린 공관 전용차 「볼보」164를 타고 「헬싱키」시내 서쪽 「티쿠릴라」라는 곳까지 가서 차를 버렸다. 이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보안경찰본부로 가 더듬거리는 말로 『망명하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몇몇 곳에 이들의 처리에 관해 알아본 뒤 『망명처를 제공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안경찰은 상부로부터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아 우선 보호실에 넣었다. 북괴 공관원은 불안에 떨고 있었으며 호위병을 배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안경찰은 서독대사관과 접촉, 서독 측은 망명을 허용하고 곧 항공표를 보내주었다. 4월 12일 경찰은 이들을 경찰차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소무스」공항으로 데려가 서독 행 여객기에 태웠다.
북괴 측은 이들이 버린 승용차를 발견했을 뿐 행방을 찾지 못했다. 북괴 정보장교와 대사관 측은 사설탐정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1만「달러」를, 납치해오면 20만「파운드」를 내놓겠다고 제의했다. 탐정은 망명 공관원이 서독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나 북괴 측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목을 잘라 「알콜」병에 담아오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북괴 측의 계획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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