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타요 같은 캐릭터 버스 … 도시에 웃음 더해주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빵! 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멀리서 귀여운 눈을 깜빡이는 버스 한 대가 옵니다. 다른 버스와는 달리 버스 앞부분에 눈·코·입이 붙어 있어요. TV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타요 버스’가 요즘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타요 버스는 ‘타요·라니·가니·로기’라는 캐릭터들로 꾸며진 버스예요. 귀여운 외모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소중은 타요 버스를 현실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동아운수 임진욱(48) 대표를 만나 버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타요 버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만화 속 캐릭터의 모습을 버스에 입힌 캐릭터 버스랍니다. 버스를 소재로 하는 11분짜리 만화인 ‘꼬마 버스 타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그 주인공이에요. 실제 버스에 눈·코·입을 붙이면 만들 수 있죠. 지난달 26일 서울시에서 ‘대중교통 이용의 날’을 기념해 한 달 동안 만화 캐릭터인 타요·라니·가니·로기의 모습을 한 시내버스 4대를 운행하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타요는 우이동에서 서대문을 지나는 101번 버스로, 로기와 라니는 효창동과 회기역을 지나는 2016번과 2211번 버스로 변신해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타요 버스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고,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모두 100대가 운행될 예정이에요.”

-타요 버스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2010년 꼬마 버스 타요라는 만화가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좋았어요. 버스가 사람처럼 말도 하고 웃고 울고 기뻐하는 모습이 재밌었죠. 이 때부터 버스에 타요 캐릭터를 래핑(포장)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보통 만화 주인공은 사람이나 동물인 경우가 많은데 타요의 경우 제가 좋아하는 버스가 주인공이어서 더 좋아했나 봅니다. 만화를 본 후 타요 캐릭터가 새겨진 스티커를 구해 버스 앞부분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타요 버스가 시내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타요 만화를 제작한 아이코닉스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상무님과 지난해 만나게 됐죠. 어떻게 버스를 꾸며야 진짜 타요처럼 보일지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이렇게 구상한 아이디어를 지난달 서울시에 제안했고, 마침 ‘대중교통 이용의 날’ 행사로 받아들여져 타요 버스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1 임진욱 대표와 김미경 학생기자가 타요 캐릭터로 꾸며진 101번 버스 앞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상하셨나요?

“솔직히 몰랐어요. 정류장에 서 있는데 저 멀리서 타요의 얼굴을 한 버스가 활짝 웃거나 윙크하면서 달려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어린이와 어른 모두 타요 버스를 보면 즐겁다고 얘기해요. 다 이유가 있어요. 버스가 가진 전달력·호소력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일종의 미디어(정보를 전송하는 매체)입니다. 매일 약 500만 명(서울시 기준)이 이용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TV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타요와 같이 귀여운 캐릭터가 서울 시내를 누비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좋아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다. 참 다행이죠(웃음). 타요를 현실로 끌어내는 작업은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도와주고 공감해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물론 ‘과연 잘 될까’라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죠. 버스에 만화 캐릭터를 붙인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얘기도 나왔고요.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제 아이디어를 믿고, 도와주신 분들의 소망을 담아 일을 진행했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타요는 아직도 TV 속에서만 달리고 있었을 거예요.”

-‘돌출형 번호판’이나 ‘음성 안내 장치’와 같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주어진 시간의 70% 정도를 버스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데 쓰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버스를 재미있고 편하게 탈 수 있을지 고민하죠. 그러다 보니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실천에 옮긴 것 뿐이에요. 멀리서도 버스 번호를 볼 수 있도록 문 옆에 튀어나온 번호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돌출형 번호판을 개발했고, 특허도 받았어요. 또 버스 뒷문이 열릴 때마다 ‘아빠, 힘내세요’ ‘아들, 힘내’와 같은 응원 메시지가 흘러나오는 장치도 개발했습니다. 국립재활원을 지나는 151번 버스에는 음성 안내 장치를 달아 버스가 정류장에 가까워지면 안내 음성이 나오도록 했어요. 버스를 타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2 숭례문과 구미동을 오가는 ‘가니’.
3 회기역부터 면목동 사이를 다니는 ‘라니’.
4 효창동과 신내동을 지나는 ‘로기’.

-어린이날까지 타요 버스가 100대로 늘어난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4대만 만들고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요가 현실로 나와 돌아다니게 하겠다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타요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돈도 만만치 않아서 고민을 했어요. 한 달 동안 타요 버스가 시내를 돌아다니게 하려면 약 70만원의 돈이 필요해요. 결국 버스 운송사업조합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조금씩 돈을 모아 5월 5일까지 100대의 타요 버스를 만들기로 했죠. 20대는 지금처럼 모든 부분을 타요 버스로, 80대는 버스의 앞·뒤에만 캐릭터 얼굴과 엉덩이를 붙이는 방식이에요. 하루에 5대씩 타요가 탄생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영국에는 명물인 2층 버스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상품 중 하나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버스가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타요 버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타요라는 캐릭터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 수출이 된 만화의 주인공이고, 미국에도 제법 알려져 있어요. 서울을 알리는 여러 관광상품 중 하나가 되기 충분하죠. 현재 서울에는 7400대의 버스가 달리고 있는데, 이 버스들을 ‘캐릭터 버스’로 바꾸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죠. 1년 뒤에는 600대, 2년 뒤에는 1200대가 캐릭터 버스로 천천히 바뀌어 간다면 도시가 좀 더 밝고 활기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동심이 있으니까요.”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해 13년 동안 사진기자 생활을 하고 현재 동아운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교통안전과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건설교통부·교통안전공단 표창을 받았으며, 장애인 이동서비스 제공으로 국립재활원 감사패를 받았다. 3개의 버스 관련 특허를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시에 ‘타요 버스’ 아이디어를 냈다.

글=김록환 기자 , 동행 취재=김미경(서울 삼각산초 5)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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