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국문인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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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의 문화단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기 그 분야의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숨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문화단체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5·16 직후 혁명정부의 문화예술단체 통합 종용에 따라 그 해 12월 28일 기준 문학단체들이 망라, 단일 문학단체로 새 출발한 한국문인협회는 창립이후 15년만에 회원 수 만 약 4배로 증가하는 규모의 팽창을 보였다(창립당시 약 3백 50명·현재 1천 3백 6명).
매년 한 두 차례씩 총회에서의 소란으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몇몇 문인들이 협회 가입을 한사코 거부하는 등 「문협」 나름대로의 자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평균 1백 50명 내외의 회원 증가는 「문협」의 기능에 대한 문학인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협」의 설립목적은 『문학의 자유 및 문학인의 권익을 옹호…』로 되어있으나 그 기능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무형적인 것으로, 회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곧 문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 각종 상의 문학부문 수상후보자를 추천하는 것, 문인들의 해외여행을 추천하는 것 따위. 다른 하나는 유형적인 것으로, 한국문학상을 시상하고 기관지 「월간문학」을 발행, 회원들에게 골고루 작품발표의 기회를 주는 외에 각종 작품집을 발간하며, 「세미나」, 「심포지엄」, 시화전, 시 낭독회 등을 개최하는 것 등이다.

<활동 없는 8백여 명>
이와 같은 「문협」의 기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하나 하나가 모두 문인을 문인으로서 존재케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문협」이 하는 일에 대한 문인들의 관심은 높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협」의 기능에 대한 문인들의 높은 관심은 협회이사장을 선출하는 매년 한차례씩의 총회에서 과열된 양태를 빚게 되는 것이다. 이사장은 그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협」의 문제는 가입절차가 용이하여 회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다는 것과 이와는 상대적으로 연간 예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는 데 있다. 가령 기관지 「월간문학」을 모든 회원들에게 골고루 작품발표 기회를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으나 이 잡지에 연간 1회라도 작품을 발표하는 문인은 5백 명을 다소 상회한다. 그 밖의 회원들이 다른 잡지에도 전혀 작품발표를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문협」 1천 3백여 회원 중 약 8백 명은 문학활동을 하고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별도 단체 점차 늘고>
반면 「문협」의 76년도 예산은 2천 8백 54만여 원으로 여기서 「월간문학」 간행비를 제외하면 순 예산은 불과 1천 3백 50만 원이다(76년도는 「월간문학」 간행비 포함 약 2천 6백만 원). 이 액수도 회원들의 회비(1인당 연 1천5백원)는 고작 10%에 불과하며 90%가 정부 문예진흥원 예총 등의 보조금이다.
일부 회원들은 「문협」의 예산이 이 같은 방법으로 충당되는 데 대해, 그리고 그러한 예산이 한국문학발전과는 거리가 먼 여러 가지 사업에 쓰이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나마도 보조를 받지 않으면 「문협」의 기능은 마비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러 개의 문학단체를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해 한국문인협회를 발족시켰음에도 불구하고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타 문학단체가 10여 개나 새로 생겨났다는 사실은 그와 같은 「문협」의 기능을 전제로 한 「문협」 주도권 쟁탈의 부작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문학에 기여를>
요컨대 「문협」의 기능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그것이 다만 문인들의 모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며 한국문학 발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문협」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해 조연현 이사장 자신은 『정관에 명시된 자격을 갖춘 사람이 가입 신청을 하면 받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회원 수가 많다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고있다.
그러나 이것이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문인의 양산 밖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고 볼 때 「문협」이 순수한 문학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문학이 대전제가 된 단체로 체질개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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