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에 참된 행복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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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일 부작이면 일일불식』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요, 일이란 인간에게 가장 귀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를 닦는 스님들이 바람과 구름을 벗삼아 아무 구애됨이 없이 이산에서 저 마을로 자재로이 다닌다.
얼핏 생각하면 하는 일없이 그저 유랑소일 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정한 기간 중 어느 특정된 장소에 모여 참된 나의 본래면목을 찾기 위해 일체의 외출을 금하고 무서운 규칙아래 용맹정진을 계속한다.
그 기간이 일단 끝나면 그 동안 스스로의 마음속에 혹은 깨친바, 혹은 의혹 되는 바를 토대로 하여 이제는 현실사회에 나가 다시 보수·실행함으로써 그 구하고 있는바 참된 진리를 얻으려 한다. 이것을 만행이라 한다.
이같이 외면적으로 가장 한가롭게만 보이는 생할도 그 내면에는 무서운 정진이 계속되고 있으니 승려생활이란 참으로 놀아서는 안 되는 생활, 즉 놀지 않고 노력하는 생활이라 하겠다.
승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다. 또는 일을 해야 한다. 학생은 학업에, 군인은 군무에, 일반사회인은 사회인답게 남녀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할 일에 열중해야 한다. 인간의 일생이란 일을 하다 마치게 되는 생활이라 하겠다.
이것은 참된 인생의 가치관을 평점하는 나침반이라 하겠다. 일하는 곳에 번영이 있고 참된 행복은 온다.
나는 산문에서 수도하고 포교나 하던 평범한 승려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나의 힘이 닿는 한 자신을 위하고 남을 위해 노력하는 생활자세에는 틀림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종교에는 할 일이 많다고 하겠다. 불교 본연의 사명인 포교활동의 적극화, 참된 승가상의 태성을 위한 교육의 실시, 그밖에도 방대한 조직과 재산에 대한 관리 운영, 그리고 국가와 인류사회에 봉사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이번 중흥불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같이 해야 할 일들을 합리적으로 연차적인 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다만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해서 보다 능률적이고 효과 있게 성취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떠한 일이라도 그 일은 무엇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추진시키느냐 하는 합리적이며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이란 결코 어느 한 개인의 노력과 힘만으로써는 이룩되기 어렵다고 아니할 수 없다.
조직사회란 저마다의 이상을 실현하는 그 힘이 조화롭게 망라되어야 비로소 한 역사가 이룩되는 것이다. 나 혼자만이 해야 하고 또는 나 혼자만으로서 될 수 있다는 아집적인 관념을 버리고 총화하는 단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불교종단에는 수많은 사부대중이 있다. 앞으로 추진코자 하는 중흥불사는 이 많은 사부대중이 총화단결해 각자가 맡은 바 임무와 사명을 완수하는 그 정성과 노력과 힘의 승화로써만 비로소 성취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오직 온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하는 자세의 종단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사부대중이 일하는 자세로써 이 대작불사에 환희 동참하여 하루빨리 중흥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 나아가 조국의 번영과 인류의 발달에 기여하는 자하자부의 그 사명을 다하기 간절히 바라며 정성껏 삼보전에 기원한다. <고영해(조계종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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