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의 저구마을 편지] 아이들의 자전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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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늦가을부터 딸아이가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봄이 오면 사 주겠다고 약속했었지요. 봄이 오면서 딸아이는 언제 자전거를 사느냐고 앵무새처럼 자꾸만 되물었고, 잠잠하던 아들 녀석까지 덩달아 자전거 타령을 하게 되었지요. 연년생이라 자전거 두 대를 한꺼번에 사주어야 하는데 그 값이 만만치 않았지요.

인터넷을 뒤져 중고 자전거를 찾아내고는 저희가 먼저 신이 났습니다. 새 자전거 한 대 값이면 두 대를 사고도 남았습니다. 자전거를 주문해 놓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해 주었지요. 아이들은 신나 숭어처럼 파닥파닥 튀어 올랐습니다. 바닷가에서 노느라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집에 오던 아이들이 그날부터 조금씩 빨리 오기 시작했습니다.

실망이 거듭되기를 나흘-. 눈을 뜨자마자 자전거, 밥을 먹으면서도 자전거, 잠자리에서도 자전거. 아이들은 포기할 줄 모릅니다. 아이들 마음속에서 자전거 씨앗 하나가 마법처럼 자라 자전거로 열매 맺나 봅니다. 이미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버린 아이들. 기다림이 시골 아이들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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