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원 6만에 29만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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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7학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 지원자수가 29만여명으로 집계되었다. 이것은 곧 23만명이나 되는 고교졸업생들이 내년도에도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대학에의 진학을 거절당하게 됨을 뜻한다.
6만여명 밖에 안되는 수용한계 때문에 매년 늘어만가는 대학입학 지원자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만 보아 넘길 수 없는 사회문제라 하겠다.
이러한 현실을 과연 그대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여기서 먼저 강조해야할 것은 광복 후 30년 동안 이른바 폭발적인 대학인구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기실 우리나라가 이룩한 여러면에 걸친 발전이 주로 이와 같이해서 배출된 교육받은 인력 때문이었음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에 대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견지해오던 「유럽」·제국에 있어서조차도 60연대 이후부터는 고등교육의 대중화운동이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추세인 것이다.
이는 곧 오늘의 시대적 상황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은 고등교육을 요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나타난 각국의 적령인구중 대학생 비율은 미국43%, 「프랑스」24%, 영국19%, 서독17%, 일본 38·4%로서 18∼24세 청소년 중 대학교육을 받는 인구가 무려 20%내지 45%라는 급증추세를 보이고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적령인구 중 대학생비율이 겨우 8%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일부 인사들의 이른바 대학망국론이 사실과 다른 주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산업과 문화·과학·기술등 각분야에 걸친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대학정원의 확충」이 지금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가를 알 수 있다.
대학인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로 고급인력의 학보라는 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당장 큰 사회문제가 돼있는 재수생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될 것이다.
한편 이같은 대학정원정책의 재검토와 합께 대학교육을 받을 소질이 있는 자를 선별하기 위한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함은 이 제도의 성패가 곧 대학교육의 질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도 강조돼야할 것은 미국이나 일본의 입시제도 개혁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63년 「로빈스」보고서이후 영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학입학자격의 폭을 넓힌 관용적 태도를 본받아야하겠다는 것이다.
종래 11세에 시행하는 이른바 「일레븐·플러스」시험의 합격자만을 인문고교에 진학케 하던 영국이 이제는 그러한 제도자체를 폐기하고 우리나라의 종합고교격인 「컴프리헨시브·스쿨」을 대폭확장, 그 졸업생에게도 대학진학의 길을 넓게 개방한 것은 그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학입시 자격에 있어 엄격하기로 이름났던 「프랑스」조차도 국가예비고시의 합격률을 대폭 늘리되, 일단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야 중간고사 및 졸업시험을 통해 대학생의 질을 엄격히 관리하는 제도를 채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 지난2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대학진학자중에서 학사고시에 합격한자는 단지 28%뿐으로 무려 40만명의 탈락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정원의 무조건적인 억제나 필요 이상으로 까다로운 자격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되도록 많은 청소년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되 그 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될 수 있겠는가를 장기적·종합적인 안목에서 보증하는 정책적 배려라 할 수 있다. 요컨대 대학의 문은 가능한 한 넓게 개방하되 자유입시경쟁과 엄격한 선별과정을 통해 일정이상 수준을 갖춘 자만을 학사로 배출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수립하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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