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4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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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미시시피」강은 세계최대의 강이다. 미 대륙의 중부에 길게 누워있는 이 강은 가항수로의 길이만 해도 무려 2만5천㎞에 이른다. 전장 6천7백20㎞나 되는 이 「미시시피」 강은 세계의 식량을 지배한다. 여기에 가뭄이 들면 미국의 식량창고가 텅비게 된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트웨인」과 같은 사람은 「미시시피」강의 문학』으로 한 경지를 이루어 미국의 국민작가가 되었다. 『「톰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등 그의 유명소설은 모두 「미시시피」강안의 한 소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풍은 만년에 염세적인 경향으로 기운다. 19세기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미국의 눈부신 산업발전은 그 강이 갖고있던 정취를 말끔히 씻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문명의 진보를 자연의 소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미시시피」는 지금도 예나 다름없이 흐르며 미국의 곡창지대에 물을 대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산강은 한국의 「미시시피」강으로 비유되고 있다. 영산강 유역에 펼쳐져 있는 나주평야는 우리나라 연간 쌀 생산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영산강의 일희일비에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이 좌우된다. 1968년엔 이 영산강에 가뭄이 들어 무려 60억원의 피해를 낸 일도 있었다. 때로는 이 강이 넘쳐 홍수가 지기도 했다. 60년대는 연평균 3억3천만원의 피해를 기록했었다. 영산포지역에는 바다의 짠물이 역류해서 농사를 짓밟기도 했었다.
영산강「댐」의 개발로 이제 유역농민들은 거의 2배에 가까운 소득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되었다고 한다. 한편 상류지역에서는 수몰지구도 적지 않다. 개발의 다른 한 면에는 많은 전통이 파괴되고, 그 뒤에서 울어야하는 주민이 생기는 어두운 단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느 역사의 일면을 보아도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백년대계에 있다. 우리의 근대화작업은 오직 오늘의 번영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영산강의 개발은 바로 먼 내일을 설계하는 작업의 한 단계다. 호남지역은 그 지리적·전통적 특성 등을 근대화작업에도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 같다. 산업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득증대와 환경의 개선에 있다. 또 이것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평준화의 기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창인 호남지대에 강물을 생산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작업은 더욱 더 활기를 띠어야 할 것이다. 영산강 4대호 준공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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