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속의 IMF연차총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국의「파운드」화 위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여건 속에서 IMF(국제통화기금)및 IBRD(세계은행)의 합동 연차총회가「마닐라」에서4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자원파동·원유파동을 고비로 해서 IMF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이래, IMF는 그 재건을 위해 많은 회의를 거듭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새 질서를 찾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IMF는 금 평가제도의 사실상 포기와 변동환율제의 일반화, 그리고 출자금의 증액, 보유금 매각에 의한 개발도상국지원기금의 마련 등 부분적이고, 응급적인 조치를 취해오고 있지만, IMF의 본질적인 기능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데에는 조금도 진척이 없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급속히 벗어나고는 있지만, 높은「인플레」외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하고있는 것이며, 주요 선진경제도 국제수지에 강한 미국·서독·일본권과 그 반대로 매우 약한 영국·이태리·「프랑스」권으로 차차 분리되어가고 있다.
한편 개발도상국들은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기채시장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에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구조적인 변동 때문에 국제통화질서의 재건을 위한 공통의 기준을 발견할 수가 없게 되어 있으며, 때문에 현실적으로 IMF총회가 논의하는 제반 의제는 형식적인 것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즉 IMF는 변동환율제에 대한 대안을 발견하는 일을 포기하고, 이제는 그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면서 세계무역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이냐를 단기적인 안목에서 찾는데 시간을 소모하는 저지에 있는 것이다.
이번「마닐라」총회는 영국의「파운드」화 위기가 상징하고 있듯이, 변동환율제도 본질적으로 국제수지조정력을 재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살아있는 실증 속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금년 초「자메이카」협정개정으로 구체화시키기로 한 변동환율감시기구 및 환율개입에 대한 원칙의 확립 등 문제도 이번 총회에서 결론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변동환율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입 없는 자유로운 쌍동(Clean float)을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이 일부에서 제기될 정도로, IMF총회는 지엽적인 문제 이상의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IMF연차보고서도 지적하고 있는바와 같이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하더라도 물가와 실업문제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각 국은 ①통화공급에 더 주의를 하고 ②소득정책을 보완하며 ③ 「인플레」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는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일반적인 제약 하에서 국제수지 흑자국의 수입확대, 개발도상국 및 적자국에 대한 긴급지원문제가 논의되는 실정이므로 국제수지 적자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기대가 충족될 공산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각 국간의 국제수지가 IMF의 조정을 통해서 균형화 되어 가는 과정 보다는 국제수지상의 괴리가 궁극적으로 국제적인 파동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추세라고 보는 것이 옳겠으며, 그 좋은 본보기가 바로 이번「파운드」화 위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IMF체제에서 상당한 비중과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경우는 긴급지원으로 일단 불을 끌 수도 있겠지만, 중진국경제나 개발도상국이 IMF에서 그러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의 경우 강세통화권인 미일경제 의존율이 절대적이며, 이들 경제의 급속한 회복에 힘입어 올해의 외환사정은 호전되고 있지만, 국제경제상의 파동요인을 계속 주시함으로써 언제라도 신축성 있게 부측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비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