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공기관의 첫 담배소송,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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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4일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 개인이 낸 소송은 모두 패소했다. 얼마 전에도 15년간 끌어온 소송에서 대법원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엔 공공기관의 첫 소송이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송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다.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반통계를 바탕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만으로 흡연이 직접적으로 암을 일으켰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담배와 폐암·후두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일부 인정했지만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공단은 인과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침이다. 또 승소 확률을 높이기 위해 흡연과 인과성이 높은 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만을 우선 소송대리할 계획이다.

 둘째 쟁점은 담배회사의 위법성 여부다. 지금까지 국내 재판부는 담배회사가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불법 첨가물을 넣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숨기는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캐나다에서는 담배회사의 자료 조작·은폐 사실이 드러나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준 바 있다. 공단은 KT&G가 내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증거 입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이런 점 때문에 KT&G와 함께, 이미 해외에서 제조 위법성이 일부 인정된 필립모리스·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를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공공기관이 첫 소송을 내면서 담배 유해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소송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를 통해 흡연과 암의 인과성과 담배회사의 위법성 여부가 좀 더 명확하게 가려지질 바란다. 그렇게만 되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에게 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