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엔 없는 한국 뮤지컬 '애절한 정' 아시아의 마음 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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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선미(左), 왕용범(右)

한국 뮤지컬이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일본 시장에 진출해 흥행을 올린 뮤지컬 ‘잭더리퍼’ ‘삼총사’의 제작자 김선미(42) 엠뮤지컬아트 대표와 왕용범(40) 연출가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이들은 한국 뮤지컬이 일본에서 통한 가장 큰 이유로 ‘끈끈한 정’을 꼽았다. “쇼 성격이 강한 서양 뮤지컬과 달리 한국 뮤지컬에는 드라마 요소가 많고, 그 드라마의 중심에 한(恨)에 가까울 만큼 애절한 정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정 때문에 헤어지고, 정 때문에 복수하고, 정 때문에 목숨 버리는 복잡미묘한 심리는 서양 뮤지컬의 ‘쿨’한 캐릭터론 그려내지 못하는 감정이다. 그런 깊고 뜨거운 정서가 아시아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는 것이다.

 이들의 흥행작 ‘잭더리퍼’와 ‘삼총사’는 체코 뮤지컬이다. 2008년 라이선스 계약을 하면서 음악과 대본만 사왔고, 대본은 수정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들은 두 작품 모두 동양 정서에 맞게 고쳤다. 특히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잭더리퍼’의 경우, 왕 연출가가 “제목만 빼곤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폭 수정됐다. 원작에선 단순히 잔혹하기만 했던 살인 사건에 절절하고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장기를 적출해주기 위한 살인, 즉 그 여자를 살리기 위한 살인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또 한국 배우들의 출중한 노래실력과 아이돌 가수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개인적인 인기도 한류 뮤지컬의 성공 요인이다. 김 대표는 “일본 팬들의 경우 한번 좋아한 스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이들 스타를 캐스팅하면 흥행 성적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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