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역 2백 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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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8월2일 「뉴요크」에서 열릴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 제5기 회의는 새로운 해양법 질서를 하루 빨리 수립하려는 국제사회의 열망의 표현이다.
원래 내년에 열기로 했던 제5기 회의가 앞 당겨 열리게 된 것은 해양법 질서의 혼란을 종식시켜야 할 필요가 현실적으로 급박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빠르면 이번 5기회의, 늦어도 한번쯤의 실질적인 절충을 더 거쳐 내년 중에는 국제협약이 체결되리란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번 회의에서 마련된 4부3백1개조의 비공식 단일 교섭 안을 토대로 교섭을 벌이게 된다.
지금까지의 교섭과정에서 12해리 영해와 2백 해리 경제수역은 움직일 수 없는 원칙으로 굳어졌다. 경제 수역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생물·비 생물 등 천연자원 뿐 아니라 과학적 조사·해상 오염방지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어업자원의 경우는 연안국이 최적 이용을 하고 남은 잉여 분에 한해 타국의 어업을 허용하자는 게 다수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내륙국 및 해안선이 짧은 52개의 이른바 지리적 불리 국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리적 불리 국들은 해양자원 및 바다의 이용에 있어 내륙국들도 평등하게 참여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라 이번 회기에서 어떤 형태로든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 경우 연안국의 어획 능력을 넘는 잉여 어업자원에 대한 1차적 참여 권리가 그들에게 주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현재 세계 7위라는 우리의 원양 어업은 이중의 곤란을 겪게 될지 모른다. 참여 우선 순위가 연안국 및 지리적 불리 국 다음으로 처지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선 2백 해리 경제수역을 정면으로 반대는 못할망정 잉여 어업 자원에 대한 타국의 입어 권이 기존 실적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인정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우리의 관심거리인 대륙붕의 범위는 지리학적으로 대륙붕 변계에 까지 이른다는 주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대륙붕의 자연 연장론을 주장해 온 우리의 입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한·일 간의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선·후진국간에 이해 대립이 심한 국제해협의 통항 문제는 아직도 견해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쟁점이다. 미·소·일 등, 선진 해양국과 산유국들은 대개 국제 해협의 자유통과를 절대 고집하고 있으나 해협 국과 많은 개발 도상국들은 일반 영해와 같은 무해 통항만을 인정하려 한다. 4기 회의의 비공식 단일 교섭안은 주로 선진국의 자유 통과 주장을 반영했다.
강대국들의 사활이 걸린 국제 해협의 통항 문제를 개발 도상국들의 주장대로 일반 영해와 똑같은 취급을 받도록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해협도 영해인 이상 연안국의 안보에 위해로운 일이 자행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국제해협이라 하더라도 국가 관할권이 미치는 영해 안에서는 최소한 무력시위·전투적 행위·첩보·선전 등 연안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위는 규제되어 마땅하다. 대한해협이 국제 해협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는 우리에게도 극히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해양법의 무질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우리로선 웬만한 문제는 모두 회의의 대세, 특히 개발 도상국들의 대세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당면안보와 중요 경제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만은 적극적으로 다수를 설득하는 투지가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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