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역사-영원회귀의 신화|「M·엘리아데」저 정진홍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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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에 우리 학계일각에서 「머르치아·엘리아데」의 이름을 인용하는 것을 가끔 대하게 된다.
특히 민속학의 연구자들이 무속에 관해서 이야기하든가 국문학자들이 민간설화와 원시구비문학에 관해서 논의할 때 「엘리아데」의 이름과 그의 대저「샤머니즘」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가까워지기는 했으나 막상「엘리아데」의 본령인 종교학적 관심은 그리 중시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의 「종교학」연구가 아직 미숙한 상태라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교의의 전횡이 그나마 종교학의 편견 없는 조망을 방해하였던 그간의 경향 때문으로도 「엘리아데」의 의미가 부각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때 현대사상총서가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를 역간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 책이 그의 저서가운데 첫 번째로 국역된 때문만은 아니다. 또 그 자신이 『가장 중요한 책』으로 일반독자에게 권했던 책이라서 만도 아니다. 「엘리아데」의 사상을 이해하며 아울러 종교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역이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구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도」교 신학에도 전해서 이것을 단지 하나의 문화적 국지주의로 보며, 인류가 경험한 성스러운 것의 총체를 희구하는 그의 종교현상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 책은 기초적이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이 동양사상에 대해 배타적이며 원시인의 경험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편협화해온데 대해 비판할 뿐 아니라 고대사회·전통사회의 근본적인 관념을 검토함으로써「사물이 비롯된 태초의 신화적 시간」으로 주기적으로 되돌아가려는 보편적 인간의 특성을 꿰뚫어본 혜안을 이 책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신화시대에 인간에게 현시된 모범, 즉「원형」에 의해 우주와 사회가 주기적으로 재생된다고 설명한다. 역사를 만든다고 자랑하는 현대인마저도 사실은 원형을 반복하는 제의를 은밀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순환론이거나 종말론이거나 역사이외의 의미에 호소하며 원형에 영원히 회귀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종교현상의 범주를 그는 끈질기게 체계화했다.
그러나 그의 방법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동서고금의 신화와 제의를 자기류의 구조설명을 위해 동원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자는 종교사학자로 미「시카고」대 교수. 역자는 종교학 전공으로 서울대 강사. <공종원(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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