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 남편을 섬기는 세네갈 회교도의 다처|【다카르=윤호미·장홍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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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부4처 허용, 대우 똑같게>
『우리는 한 집안 식구인 걸요. 서로 친구 같죠 뭐』 한 지붕 아래에 두 아내를 거느린「세네갈」의 회교도 「유스·시스」씨 (52)의 집. 첫째 부인 「아우센」(46)과 둘째 부인「파에」 (39)는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면서 당연하다는 듯 웃는다.
세계 여성 운동의 커다란 쟁점이 돼 있는 일부 다처제는 이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 「이슬람」 종교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이를 실행하고 있다.
한 남자가 4명까지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다고 한「이슬람」의 계율은 원래 정체적인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들 한다. 잦은 전쟁으로 남자의 수가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게된 유목민들은 남아도는 여자들을 부양하는 수단으로 한 남자가 4명씩의 여자를 「맡아서」 보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호멧」은 이 일부 사처제에다 『똑같이 재산을 나누어주고 똑같이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엄한 조건을 붙여 놓았다.
『글쎄요. 4명의 아내를 갖고 싶었지만 재산이 없어서 지금까지 이 두사람 하고 만 살았지요.』「유스·시스」씨는 두 아내를 두고도 조금 부족한 듯 스스럼없이 말한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시에서 약 40㎞ 떨어진 「두가르」 마을. 3대째 이곳에서만 살아왔다는 「유스·시스」씨는 30년 넘게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다툰 일 없고 친구·형제처럼>
건평 이래봐야 15평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그의 일자 집은 단출하게 방 두칸만이 나란히 붙어 있을 뿐이다. 대문에 들어서면서 첫번째 방은 그의 첫째 부인과 그사이에서 난 자녀들의 것이고, 다음 방은 둘쨋번 부인과 그 자녀들이 쓰는 방이다. 한마당 가득한 아이들이 서로 자기네 방을 손짓해서 가리켜 준다. 「유스·시스」씨는 현재 두 부인에게서 1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5년 전쯤에 (부부도 확실히 모른다고 했다) 결혼한 첫째 부인 「아우센」과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고, 그로부터 5년쯤 후에 결혼한 둘쨋번 부인「파에」와의 사이에는 l남 5녀를 두고 있다.
그의 정원사 수입은 한 달에 「세네갈」 돈으로 2만「프랑」 (약 4만8천원)이다. 두 아내와 10명 자녀 등 13명의 가족이 그저 먹고 지낼만하다고 그는 웃는다고 그는 현재 2명의 아내에게 아주 똑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방의 크기도 같을 뿐만 아니라 각 방에 부부용 침대 하나, 자녀용 침대 하나씩 있는 것도 같다. 옷 궤짝·찬장 같은 세간살이도 똑같고 빨간색과 남색의 두쪽짜리 「커튼」도 두 방문에 똑같이 드리워져 있다. 『남편은 이틀은 내방에서 자고 다음 이틀은 저쪽 방에서 지내고 있어요』 세 사람이 같이 살아온 20년 동안 남편은 한번도 이 2일간씩의 교대 임무를 어긴 적이 없다고 첫째 부인이 말한다. 다만 남편의 옷가지 등 중요한 물건들을 첫째 부인 방에 두기 때문에 「아우센」 부인은 『그래도 내가 이 집에선 어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두 아내 사이에서 자녀 10명>
남편이 또 세번째 부인을 얻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더니 첫째의 「아우센」 부인은 『방을 하나 더 들이면 되죠하고 선뜻 대답한다』『그렇지 않아도 올 가을에는 아내를 하나 더 맞으려고 해요.』 회갑을 바라보는 마음씨 부드럽게 생긴 영감님은 반백의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 멋쩍은 듯, 그러나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20평 남짓한 앞마당에다 방을 하나 더 내서 신부를 맞이하겠다고 집 지을 땅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유스·시스」씨는 가을에 맞아 올 신부감이 올해 19세라고 자랑이다. 『기분 나쁘지 않아요. 남편이 똑같이 잘 해줄 테니 까요) 『아마 동생 같이 될 거예요. 각기 17세와 l6세 된 딸을 가진 두 부인은 새로 들어올 젊은 셋째에게 조금도 질투를 느끼지 않는 듯 담담하게 말한다.
이 집에 부인은 둘이지만 살림은 한집 살림이다. 1년 중 거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이들 13식구는 마당에 둘러앉아 다정하게 식사를 한다고 한다. 이들의 주식은 「쿠스쿠스」 라는 죽 비슷한 음식.
수수나 조를 찧어 여기에 야채와 생선을 섞어서 걸죽하게 끓인 것이다.
「쿠스쿠스」는 곡물과 야채·생선을 한꺼번에 넣었기 때문에 다른 반찬이 필요 없고 끓인 솥째 마당에 갖다놓고 온 식구가 손으로 훑어먹는다.

<여류 법학도, 비극이라 개탄>
「세네갈」의 젊은 법학도 「엘리자베드·폴」 여사 (26)는 이 사회의 일부다처제를 한마디로 『비극』이라고 개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싫어하고 있지만 종교적·경제적 이유 때문에 아직도 농촌 지방에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는 지식층들이 이 일부다처를 미개의 상징으로 생각하여 벌써 오래 전부터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폴」 여사는 포 남편의 허가가 있어야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이 나라의 법률을 예로 들면서 아직 남녀평등이란 까마득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면서 오직 종교 때문에 아직 남아있는 일부다처제로 요즘같이 여성들이 경제 활동을 많이 하는 사회에선 앉아서 몇명의 아내가 벌어들여 오는 돈으로 먹고 노는 남편 족도 더러 있는 모양이었다.
「세네갈」의 경제 심의 위원인 「다와·니앙」 여사 (48)는 무엇보다 일부다처제 때문에 집집마다 10명 이상씩의 자녀를 두게 되어 그것이 이 나라 가족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주고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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