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이것도 식품인가-고발창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정식품 고발하여 우리건강 보호하자』『망각된 상도의,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다』 (한국부인회)-.
전국82개 여성단체에서는 소비자보호운동의「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불만의 창구」 를 개설, 갗가지 부정·뷸량상품에대한 고발을 받고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먹을까요?』흥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종 부정식품 공해속에서 소비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채 「불만의 창구」를 「노크」한다.
서울종로구숭인동에서구멍가게를 내고 있는 김덕용씨(50)는 지난14일 YWCA 소비자보호위원회(회장임옥인·63)에 S식품에서 만든 「아맛나」빙과의 불량품을 장문의편지로 고발했다.
김씨는 8, 9일 이틀사이 맛이 쓰고 유독성 냄새가 풍기는 「아맛나」2개를 잇달아 발견, 대리점을 통해 본사에 이를 항의했으나 유사품으로 몰아 반응조차도 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소비자보호위원회 간사김은경씨(32·여)는 김씨가 보내온 「아맛나」「비닐」포장지를 증거물로 재시하며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그때서야 회사측은 냉동과정에서 촉매체로 쓰이는 염화「칼슘」이 용기에 새어둘어가 가끔 변질제품이 발견될때가 있다고 해명했다는것.
여름철 식품은 제조과정의 부주의로 불량·변질식품이 섞일 수도 있지만 유통과정에서 보관상태가 나빠 쉽사리 부패되어 인체에 큰 해를끼칠 경우도 있다.
양춘근씨 (39·서울관악구흑석동)는 지난17알 제조연월일이 제대로 표시돼있지 않은 H유업 제품의 우유 3백60cc들이 1개를 먹은 4살박이 딸아이가 30분만에 구토와설사를 일으켰다고 주장, YWCA「불만의 창구」를 두드렸다.
부패된 우유용기는 한쪽 귀퉁이에 제조연월일을 찍은 기계자국이 있긴 했으나 전혀 알아볼수 없을 정도.
YWCA측은 H유업측에 즉각 이의 시정을 촉구, 제조연윌일 표시와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구두언약을 받았다.
김유정씨 (23·서울마포구신수동)는 5월30일 충남온양역 앞 가게에서 산 C식품의 「스위스· 로올케이크」80g짜리 1개가 심하게 부패되어 있음을 발견, 역시 YWCA예 고발했다.
이빵의 제조일자는 5월15일. 회사측은 수거과정의 부주의로 보름동안이나 방치되었음을 시인, 철저한 수거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확약.
소비자들의 고발 의식은 의류·전기제품·가구·「액세서리」등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있는 반면 정작 인체에 직접 해를 미치는 부정식품에는 소흘한편.
지난 한햇동안 YWCA소비자보호위원회에 접수된 총4백23건의 고발사항 가운데 부정·불량식품은 6·1%에 불과한 26건.
한국부인회(회장 박금정·48)에는 총5백11건에 19건 뿐이었다. 고발정신은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욱 투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들은 귀찮고 번거로와 묵살하려 해도 어린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고발창구를 찾기도 한다.
지난해1윌28일 이혜자씨(35·서울성북구성북동)는 T당소공동지점에서 구입한 식빵에 길이5cm가량의쇠부스러기4개를발견, 한국부인회에 고발했다.
이씨는 제조과정에서의 실수로 그럴수도 있겠지하고 지나치려했으나 아이들의 성화로 「불만의창구」를 「노크」했다는것.
또신효순씨(32·여·서울용산구한남동)는 지난해9월29일 동네식품점에서산 I제과의「피너」과자에서 가느다란 나무찌꺼기등 이물질을 발견, 자녀들과 함께 한국부인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소비자고발창구는시·구·군·읍·면위생과를비롯, 경찰서 새생활「센터」등에 설치되어있으나 처리가 신속하지 못한데다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있는 실정.
YWCA 한국부인회·주부 「클럽」연합회등 5∼6개 여성단체만이 활발한 고발처리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부인회소비자보호부장 배성심씨(42)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권리행사를 포기, 오히려 기업의 가련한 인형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 『상품에대한 지식과 정보를 부단히 섭취, 요령있는 고발정신을 갖추어「소비자는 왕」이라는 위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