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전만큼 뜨거운 미 국무장관자리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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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에는 지금 오는 11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전의 뒷전에서 국무장관이라는 커다란 감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포드」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키신저」가 유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 과연 누가 들어앉게 될지는 더욱 주목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국무장관이란 자리는「뉴요크」「월스트리트」의 은행가·법률가들로 짜여진 외교정책 후견인「그룹」의 독차지였다. 그러나 국제정세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등장, 등용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케네디」대통령 때「맥조지·번디」와「월트·로스토」의 기용을 비롯해서「키신저」교수가 국무장관이 되면서 절정에 이른 이들 새로운「그룹」의 동강은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을「뉴요크」의 실업인으로부터「워싱턴」의 정치인에게 옮겨놓았다.
이「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야망에 찬 대학교수·법률가·실업인·의회 전문가·두뇌집단, 그리고 언론인 출신의 이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실력을 논문이나「매스컴」「세미나」를 통해 알리면서 유력 정치인에 접근, 앞으로 국무장관·국방장관, 그리고 안보담당·대통령 보좌관등의 큼지막한 자리를 노리고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의「엘리어트·리처드슨」현 상무장관(55), 「제임즈·슐레진저」전 국방장관(47), 「멜빈·레어드」전 국방장관(53), 「피터·피터슨」전 상무장관(49)과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의「즈비그뉴·브르제진스키」「컬럼비아」대 교수(48)「사일러스·밴스」전 국방차관(59), 「조지·볼」전 국무차관 (66), 「몰·원키」전 국방차관보(56) 등의 8명이다.
이들 8명은 국무장관 후보로 똑같이 손색이 없는 실력가들이고, 또 기본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커다란 차이는 없다. 다만「슐레진저」와「레어드」가 대소 경계론을 펴는 사람이고「리처드슨」과「피터슨」은 좀 진보적인 편.
그리고「밴스」「원키」「볼」「브르제진스키」는 기본적 견해는 같으면서「볼」과「브르제진스키」가 소련에 대한 편견을 좀 가지고 있는 편이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느냐 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포드」대통령을 포함해서 모두국제문제에 경험들이 없기 때문에 다음 미국의 국무장관은「트루먼」대통령 때의「애시슨」이나「키신저」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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