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존즈」저·이장식 역 반문화 운동과 종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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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때 우리도「청년문화」를 말한 적이 있었다. 생맥주와「기타」와 청바지를 청년문학의 전부인 것처럼 떠들었다. 그리고 청년문화의 경박함과 퇴폐성을 통박하고 그것이 결국 소비문화이고 하층 문화라고 경멸하기까지 했다. 청년문학의 표면적인 현상만을 보고 또 그 현상만을 수입했다고「야단」을 치면서도 원인과 그 현상 밑에 깔려 있는 정신과 의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는 동안 이제 청년문화는 망각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잠적한 청년문화의 잠을 깨우려는 뜻에서인지, 60년대의 청년문화란 역사적 유물을 정리·분류·보존하기 위해서인지, 청년문화 운동을 반문화 운동으로 규정한 미국의 한 대학과목의 책이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반문화와 신의「비전」』이라고 해도 되고, 어떻든 60년대 미국의 청년문화 운동을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정리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쓰여졌다.
더욱이 60년대의 민권운동이나 대학개혁운동·반전운동 등 정치적으로 격렬한 시대를 거쳐 70년대 초기 청년문화가 내면화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생각이 사회적인 외부세계에 대한 개혁운동으로부터 내면 세계로 파고 들어와서 종교적 신비의 체험을 희구하고 새로운 공동체 인간관계·인간가족의 모형을 모색한다. 청년문화 이토록 신비주의를 지향하는 것을 포착함으로써 저자는 개혁자「루터」를 반문화 운동의 종교적 초상으로 평가하고 기독교의「반문화적」특징을 돋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의 반문화 운동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 한마디로 반문화 운동을 하나의 종교로서 보자는 것이다. 즉『오늘 반문화 운동은 1세기 교외의 생활과 같게 보인다. 즉…(기독) 교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상주의적 환상들을 정화시키며…교회의 상징들을 제정하는 생활』로 본다.
청년문화를 반종교적이거나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나, 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얼굴을 바로 알고자 하는 독자는 읽어둘 만한 책이다. 저자는 미「노드캐럴라이나」대 신학교수. 역자는 한국신학대학교수. <서광선(종교철학·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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