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제 재형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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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로자들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저축제도는 시행한지 두 달만에 계약고가 1천53억원·가입구좌수가 31만에 이르는 성과를 올렸다.
비교적 만족할만한 실적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겠으나, 이는 강력한 권유와 계몽에 힘입은 성과이기 때문에 이 제도가 계속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추진된 재형저축이 비교적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서 정부는 ①사업주의 소극적인 태도 ②급여의 저수준 ③물가상승 등을 꼽고있는 듯하다. 이 같은 요인분석은 비교적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하겠으나 그럴수록 당장 그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우선 기업 측의 소극적 태도는 기업의 수지에 재형저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므로 기업가의 태도만을 무턱대고 나무라기는 힘들다. 물론 재형저축을 위한 기업의 부담을 기업 손비로 인정, 세무적인 편의를 제공하기로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수지에 대한 영향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상황은 사회적인 책임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데다 대기업은 정부시책에 호응하는 것이 여러 모로「플러스」를 가져오기 때문에 재형저축을 앞장서서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밖의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세금압력 등을 견디어 내면서 동시에 재형저축을 위한 손비 증가를 감수하기에는 힘이 벅차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서 금융기관이나 행정당국이 재형저축을 권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급여수준이 낮고, 재직기간이 짧은 여성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2년제 재형저축을 실시하겠다는 생각도 너무 조급하게 실적을 올리려는 것이 아닌지 깊이 재고해야 할 문제다. 과연 이같이 단기간의 재형저축으로 근로자들의 재산을 형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본질문제를 에누리없이 따져 보면 알 것이다. 물론 기 10만원 정도의 저축도 이를 재산형성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통념상으로 본 재산형성이란 결코 그런 것은 아닐 것이며, 그럴진댄 재직기간이 짧은 사람을 대상으로 재형저축을 운위하는 것은 결코 정직한 시책일 수가 없지 않겠는가.
또 2년제 재형저축을 실시하는 경우, 금전신탁이나 정기예금과 지나치게 경합되는 여파가 생겨 전체 금융저축의 증가엔 큰 기여를 하지 못한 채 재형저축 실적만 과시하는 계수풀이가 될 가능성이 짙다.
끝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바꾸어 말하면 사 금리 동향과도 관련되는 것이다. 물가상승은 곧 사금리의 상승과 연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재형저축금리는 사금리 동향으로 보아 별로 큰 매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증권 수익율 동향이나 시중 자금사정 등으로 보아 사금리의 강세가 당분간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제적인 동기에 의한 재형저축의 증가는 대담한 결단이 없는 한 그리 큰 기대를 걸기가 힘들 것이다.
요컨대 행정적인 지도나 직접·간접으로 이루어지는 타율적 권유에만 의존해서 재형저축을 늘리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그것보다는 경제적인 유인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폭이 큰 재정부담을 전제로 해서 본격적인 재형저축을 추진하는 것이 정도이며, 기교가 앞서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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