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갖고 있는 전과자를 구속 증거 없이 유죄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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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형사지법 항소 9부(재판장 전상석부장판사)는 21일 『절도사건에 있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는데도 단지 전과자라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증거를 잘못 택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 상습절도죄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김륙환피고인(30·서울 중구도동 1가 3의)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피고인은 75년8월9일 상오 5시쯤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경찰의 불심 검문 끝에 전과자란 사실이 밝혀져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시 호주머니에 있던 현금 7만1천5백원과 수첩 1개, (싯가1백원)를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을 구형받았었다.
72년 절도죄로 복역후 결혼해서 영등포 중앙시장에서 부인과 함께 청과물하역부겸 소매장을 해온 김씨는 사건 당일 경기도 부천시에 복숭아를 받으러 가기 위해 현금을 소지하고 인천행 「버스」를 기다리던중 불심검문을 당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75년 8월8일 대구발 서울행 준급행열차에서 성명미상의 여인 3명으로부터 현금 7만1천5백원을 소매치기했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김씨가 8월9일 상오 4시 영등포역 집찰구에서 이돈을 소매치기한 것처럼 혐의내용을 바꾸어 영장을 재청구, 발부 받았었다.
김씨는 검찰과 1심 재판과정에서 범죄일시인 8월8일 상오 4시에 영등포역 집찰구에 있지 않았다는 「알리바이」와 당시 갖고있던 현금은 형 김정환씨 집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증거를 내세워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이 현금이 증거로 채택돼 유죄판결을 받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증거판단을 잘못했거나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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