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사랑하지 못하면 병자가 된다|김호식 목사<서울번동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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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스트리아」의 정신 분석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알프렛·아들러」에게 하루는 우울증 환자가 찾아왔다. 의사는 그 여자환자의 환경을 다 조사해보았지만 나쁜데가 없는 유복한 사람이었다. 의사는 처방을 내어 두 주간 복용할 약을 주면서 말하기를 이 약을 복용하면서 꼭 한가지 지켜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즉 지금부터 두 주일 동안 매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가족에게 봉사할만한 일은 없는가를 열심히 찾아서 힘껏 봉사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 환자는 의사의 말대로 했다. 이 우울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료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사랑을 받지 못하면」정신적으로 병이 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진리의 반쪽만 본 것이다. 「사랑하지 못하는」것도 큰 병이 된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남을 봉사하고 남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나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상대방을 위해도 좋은 일이다.
개인이든 단체든 봉사정신이 소멸되고 봉사활동이 없어지면 그 개인이나 단체의 수명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도 이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팔을 다쳐 흰 붕대를 오래 감았다 떼면 그 동안 쓰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샘터에서 솟는 물은 퍼낼수록 맑은 물이 괴지만 산 속의 옹달샘은 찾아와 먹는 사슴도 없이 낙엽만 떨어져 쌓이면 물은 썩어버린다. 아기에게 빨리는 젖은 축복을 받아 젖이 더 생기지만 아기에게 봉사하지 않는 젖은 젖샘이 말라버린다.
태양 빛이 통과해 들어가지 못하는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는 어둡기 때문에 눈은 있어도 눈 노릇을 하지 않아 보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있는 자에게는 더 주시고 없는 자에게는 그 적은 것마저 빼앗아버리는 것』(마태25‥29)이 하나님의 법칙이다. 봉사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오고 능력도 생기지만, 봉사의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회피하고 그 기량을 사장해두면 그 봉사 기능에는 녹이 슬어버린다.
어떤 사람에겐 봉사의 마음은 있으나 지식도 없고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고 하는 이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여건보다는 정신이 문제다. 「간디」는 죽은 후의 유산이 밥그릇과 물레뿐이었고 예수는 죽은 후에 무덤도 없어 남의 무덤에 빌어 들어갔다. 인류에게 크게 봉사한 사랑의 거목들은 재산이나 학식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그것이 가시적인 것이든 불가시적인 것이든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소유」가 아니라 「그분」이 잠시 우리에게 관리를 위탁하신 것이다.
그러기에 위탁받은 기간에 되도록 그것을 활용하고 내어주어 우리가 죽을 때는 빈 껍데기로 땅에 묻혀야한다.
우리가 나타나게 일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숨은 봉사」를 하려고 한다면 우리주변에 그 기회와 소재는 언제나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의 봉사를 감행하는 것을 생활원칙으로 삼아야겠다.
때로는 숨은 봉사의 효력을 의심할 때도 있고 우리가 봉사한 것이 열매 없이 허공에 소멸해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지만, 그것은 믿음이 없는 탓이다. 우리는 물리학에서 원소불멸의 법칙 에너지 불멸의 법칙을 믿듯이 봉사불멸의 법칙을 믿어야 한다. 우리가 인간애로 봉사한 것은 언젠가는 살아서 언젠가는 열매 맺을 것이다.
그 열매가 당대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의 자손대에 가서라도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롱펠로는 화살의 노래에서 오래 전에 쏘아 보낸 화살과 부른 노래를 잃은 줄 알았는데 오랜 후 되찾았노라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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