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실존철학의 거목 26일 타계한 「하이데거」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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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르틴·하이데거」는 독일이 낳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한사람으로 평가되어왔다. 그 자신은 부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실존철학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의 사상적 발전과정과 성과는 적어도 20세기 전반의 독일철학을 이해하는데는 불가결한 것이었다. 「하이데거」는 1889년9월26일 남독「바덴」지방의 「메스키르히」라는 작은 도시에서 목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양친의 뜻에 따라 「제슈이트」계통의 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1909년 「프라이부르크」대학에 입학하면서 신학을 포기하고 철학자로서의 생애를 걷기로 결심했다. 「마르부르크」대학조교수를 거쳐 「프라이부르크」대학으로 되돌아온 그는 1933년 「히틀러」치하에서 총장을 지냈고 한 때 「나치즘」을 찬양했다. 2차대전후 그는 「나치스」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50년 「바덴·뷔르텐부르크」주 정부가 허용할 때까지 강단에 서지 못했다. 그 후로는 「사르트르」와의 유명한 「라디오」논쟁에서 「나치스」와의 관계를 변명하기도 했다.
52년 은퇴한 그는 「토트나우베르크」에서 사색과 저작활동을 해왔다. 「프라이부르크」대학생들은 『우리에게 많은 철학교수가 있으나 철인은 오직 한사람뿐』이라고 그를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그는 현상학자 「후설」의 사상에 접하면서 해석학적 현상학의 방법에 입각하여 존재의 문제를 해명하려고 했다. 1916년 대학강사자격 취득논문인 『「둔스·스코투스」의 범주론과 의미론』에서 「있음」또는 「이다」라는 계사의 논리적 반성을 통해 이 판단의 주어인 주체의 문제로 나아갔다. 그는 나아가서 존재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이러한 물음은 현존재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심화되었다.
20세기 전반기를 통하여 독일어로 된 가장 무게 있는 저서로 평가되는 『존재와 시간』에서 그는 존재자에 대한 물음과 존재에 대한 물음을 구별하고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주체인 현 존재에 대해 실존론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에 의하면 현존의 본질은 보존에 있다.
그가 존재를 해명하기 위해 사용한 「불안」 「피투성」 등은 실존철학의 유행어가 되었고 그가 자신의 철학을 기초적 존재론이라고 부르는데 대해 실존철학자들이 그를 자기들의 사상적 지주로 끌어들인 이유가 되었다. 존재를 해명하는 『존재와 시간』까지가 그의 사상의 전기에 해당하며 여기서 다시 존재자의 해명으로 되돌아오는 환귀과정은 그의 후기의 사색적 과제였다.
『존재와 시간』이후의 그의 저서로는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30년)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43년) 『인도주의에 관한 서한』(47년) 『숲길』(50년) 『언어에의 길』(59년) 등이 있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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