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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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에 살고 있는 고암 이응로 화백이 또 50점의 근작을 보내 왔다. 이번 출품은 주로 서예적 추상이라고 하는 동양 글자의 형태를 빌어 구성한 작품들. 그의 말을 빈다면 『글씨가 아닌 획과 점이 무형의 공간에서 자유자재하게 구성해 나가는 무형의 발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60년대 작품을 포함해 소재가 잡다한 편이었는데 이번엔 문자에 의한 화면 구성의 무궁하고 다채로운 변화를 여러 가지 시도로써 보여주고 있다.
73세의 이 화백은 노쇠할 줄도 모르는 왕성한 작가. 금년에 이미 「뉴요크」에서의 개인전을 마쳤고 「프랑스」의 「주앙빌」 고교 벽화를 3년만에 완성했다. 「퐁피두」 문화관 초대전 등 여러 초대전에도 출품했다. 작년엔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서 4번 개인전을 가졌고 74년에는 3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수다한 초대에 출품했다. 뿐더러 묵화·산화·「타피스리」 판화·벽화·조각·도자기 등 그는 재료상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적인 실험 면에서나 발표물에 있어서나 출중한 한국인이다.
이 화백이 구미 화단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은 타성과 정형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하는 자세 때문이다. 이번 작품전에도 종래의 도안화한 것만이 아니고 자수와 같은 채색 구사와 상형적인 묵화·낙서 구성 혹은 재래의 서예에 접근되는 수법 등 매우 다양하다.
이 화백은 고향인 충남 예산 수덕사 앞에 그의 개인 미술관을 곧 착수할 계획이라는 소식. 여기에 초기 작품부터 작가로서의 한 평생을 모아 전시하게 된다. 동경 「가와바다」 서학교 출신으로 해방후 홍대 교수로 있었으나 58년 도불이래 「파리」에 체류 중이다. <신세계에서 23잎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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