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규<대한상의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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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열이 우려되던 경기가 다행히 이 달까지 지표상으로 보면 비교적 안정 요인을 나타내면서 상승 국면에 완전히 들어선 것 같다.
올 들어 우리의 경제활동은 계속적인 수출 증가에 의한 산업 생산의 신장과(새로운 건축 관계 법령의 시행을 앞둔 이례적인 건축 허가 면적의 급격한 증가라는 요인이 있지만) 건축 경기의 지속적인 호조로 요약되는 극히 활발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재정 흑자와 금융 긴축을 주인으로 한 통화면에서의 안정 기조·수입의 감소, 그리고 물가 상승세의 순화 등 안정세가 나타나 경기 예고지표(WI)는 4월에도 연초이래 계속 1.7을 가리키고 있다.
안정적 상향세 그것은 매우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의 경제 운용임에 틀림없다. 특히 4월말까지 수출의 대폭적인 능가, 수입의 감소를 반영한 경상수지의 흑자-비록 2천7백60만「달러」에 불과하지만-를 기록한 것은 73년 상반기 중에 나타났었던 기록에 이어 두 번째의 괄목할 만한 현상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나타내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풀이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주 수출 시장인 미일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경기가 작년 9월 이후 회복세를 지속해서 상승 속도가 가속화됨으로써 우리의 수출이 늘고 있으며 연초이래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안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정책이 주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기 상승의 주도 부문인 수출은 앞으로 당분간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증가세를 둔화시킬 여러 가지 요인을 내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선진국의 경기 회복 「패턴」이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 증대에서 시작하여 내수로, 그것도 소비재와 주택 부문 등에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우리를 포함한 개발 도상국들의 수출 수요를 유발한 것으로 보겠는데 하반기에 선진국의 설비 투자가 활발해지면 자국 내의 가동율 향상, 실업율 감소에 1차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 수요의 유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이것을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LC내도액은 3월에 비해 4월에는 101%의 증가에 그쳤다.
그리고 선진국들의 무역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자원 파동 이후 나타났던 수입 규제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수출품의 경우 약 1백83개 품목이 세계 각 지역에서 직·간접의 수입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 경제 전반에 있어 약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섬유류 등 수출 대종 품목이 「코터」 등 간접 규제 품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지금의 수출 증가 추세로 간다면 연간 「코터」량이 금년도 하반기에 들어서면 소진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또 한가지 현재 선진국들의 「인플레」율은 연율 7∼8%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4월에 들어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작년 7월 이후 계속 오름세에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도매 물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 상승에 파급되고 있는 경향으로 볼 수 있고 경기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증대로 국제 금리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벌써부터 선진국의 「인플레」 재연의 가능성이 예측되어 왔지만 선진국의 「인플레」가 우리의 수출 촉진적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반면 선진국의 「인플레」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서 상대적인 불리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경제 성장과 안정에 위협적인 요소로 도사리고 있다.
끝으로 가장 큰 관심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산업 구조 아래서 이미 금년도 1·4분기 중 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가 약10%이상으로 급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경기 회복과 더불어 일부 가수요의 증가, 불황기의 손실 「커버」 그리고 「파운드」화를 비롯한 국제 주요 통화의 평가절하 내지 동요에 있었기 때문에 다소 실세보다는 높이 올랐는데 2·4분기 중에 약 보합세로 다시 안정되었다가 하반기에는 경기 상승의 본격화에 따라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것 같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산업 구조 아래서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하여 수출이 늘어나도 전반적으로 기업의 수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경험한 바와 같다.
따라서 원자재 확보와 시설의 개체 문제에도 앞으로의 안정적 수출 증대를 위해서 상당한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택일의 문제라기보다는 안정화를 지향한 긴축 기조 아래서 제한된 자금으로 어느 쪽에 비중을 어느 만큼 더 두어야 할 것이냐 하는 것과 시기 선택의 문제가 될 것 같다.
현재 수출의 급승세로 반전하고 있지만 이것이 아직 내수면에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고 하반기 이후 내수면에까지 확대될 경우 그리고 국제 원자재가 상승이 파급될 때 현재 도매 3.4%, 소비자 5%의 인상으로 예상보다 안정되어 있어 이는 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긴축과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내수면에서의 경기 상승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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