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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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자동차들은 한가지 세계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기록이라면 으례 명예로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기록이 아니다. 사고에 의한 치사율에 있어서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 사고의 주요 원인은 운전부주의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피해자편의 부주의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편이든 만일 자동차가 조심성 있게 움직이고 있었던들 사고율은 한결 줄어들 것 같다. 「파리」의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경적이라는 말이 있다. 연방 「클랙슨」을 눌러대야 행인도 비켜서고, 앞을 가로 막고있는 자동차도 길을 터 준다는 것이다. 길거리가 시끄러운 것은 더 이를데 없다.
서울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벙어리들이다. 경적은 있지만, 도심에선 누르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의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속도-. 운전사들은 저마다 무슨 속력내기 면허상이라도 특별히 갖고있는 듯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댄다. 대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골목도 「커브」도 아랑곳없이 쏜살같이 달려 간다. 이런 경우 사고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다. 도
요즘 우리나라 교통경찰이 새로 도입한 「스피드·건」은 그 자동차들의 속도를 다스리는 신기한 기기다. 흡사 「무비·카메라」처럼 생긴 이 기기는 특정자동차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그 차의 속도가 단번에 나타난다.
전파탐지의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이런 원리는 무기에서 먼저 개발되었었다. 비행기에서 지상을 달리고 있는 열차나 「탱크」, 혹은 차량을 목격할 때 그 목표조준을 위해 이런 「스피드·건」의 원리가 이용된다. 이것은 유도탄 등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이 일일이 「체크」할 필요도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모든 작동이 끝난다. 요즘엔 「레이저」광선까지 이용돼 그 정밀성은 실로 놀랍다.
한때 월남전에서 위력을 보인 미 공군의 「스마트」폭탄도 「레이저」광선을 장치하고 있다. 이 광선으로 목표를 조사하면 그 반사에 따라 폭탄 앞에 달린 TV「카메라」가 움직여 목표에 명중한다.
「스피드·건」의 경우, 시속5백m안에서 3백18㎞까지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설령 운전기사가 변명을 해도 「스피드·건」의 기록은 그 반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신기한 기기에 있지는 않다. 아무리 훌륭한 장치가 있어도 범법을 하려는 심리적인 동기를 해소시키지 않는한, 문제는 남아 있다.
사회의 도덕적인 분위기가 그 무엇보다도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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