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텐더 끝내 문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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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로농구판에서 '코리아텐더'라는 이름을 볼 수 없다.

구단이 팔리거나 공중 분해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니 지난 26일 동양과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3차전이 코리아텐더라는 이름을 걸고 뛴 마지막 경기였다.

코리아텐더는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홈인 여수의 향토기업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한 찬조금으로 이번 시즌을 버텨왔다. 올해 안에 팔리지 않으면 해체될 운명이다.

27일 이형석 단장은 "인수의사를 보내오는 기업이 현재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한동안 파다했던 'KT 인수설'은 헛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제안서를 돌렸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고 한다.

프로 농구단의 1년 운영비용은 40억~50억원. 선수들 숙소는 물론 전용 체육관도 있어야 한다. 반면 경기장 매표 수익은 경기당 8백만~1천만원에 불과하다. 코리아텐더의 정규리그 홈경기는 27게임이었다. 전적으로 모기업의 지원에 기대야하는 실정이다. 이단장은 "국내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대기업이 아니면 인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6일 경기 후 이상윤 감독대행(이하 감독)은 "전용구장이 없어 여수시 체육관을 빌려쓰던 지난해 여름이 가장 가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에어컨 시설이 없어 코트에 흘린 땀에 미끄러져 다치기 일쑤였다. 코리아텐더는 선수들 숙소인 여수의 아파트 세 채까지 팔면서 정규리그 4위, 플레이오프 4강의 기적을 끌어냈다.

팬들은 코리아텐더의 생존을 갈망한다. 가슴으로 응원하는 팬들도 많다. 이감독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농구 홈페이지에는 열혈회원이 7백50명이나 된다. 또 여수시민들은 '황진원짱 진원짱''무~적불패 코리~아텐더'등을 유행시키며 뜨거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냈다.

김호겸 사무국장은 "코리아텐더는 특유의 속공과 잡초 근성까지 갖춘 개성이 강한 팀"이라며 "코리아텐더 인수시 광고효과가 2백50억원에 달한다는 외부 조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코리아텐더 선수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수=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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