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연차 총회 낙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원래 몇백명씩 모이는 국제회의가 다 그렇지만 이번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도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 모든 것이 논의됐지만 결론 난 것은 하나도 없다. 또 결론이나 합의가 총회에서 이룩될 수가 없다. 각 회원국이 10분내지 15분씩 돌아가며 자국의 입장을 밝히는 연설을 함으로써 공동관심사가 모두 노출되고 은연중에 양해가 이뤄진다. 이것을 토대로 실무적인 매듭은 사무당국이 맡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총회장은 의식적인 것이고 오히려 「로비」가 붐빈다. 「로비」외교를 통해 각국은 필요한 접촉과 거래를 한다.
「이노우에」 ADB총재는 개회연설을 통해 「오일·쇼크」후의 ADB 역내 가맹국의 국제수지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일반적으로 빈곤한 역내국가들의 개발지수를 위해 선진국들이 보다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차관조건의 완화도 호소했다. 역내 개도국의 외자소요액이 75년의 1백 30억「달러」에서 80년엔 1백 80억 「달러」로 증가될 전망이니 ADB의 융자도 80년엔 최소한 13억「달러」가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미·일본 등은 총론엔 모두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얼마를 내놓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만 만발했다. 더 나아가 우리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개도국들도 좀 분발하여 자조정신을 보이라는 시사도 많았다.
○.....한국은 김용환 장관의 연설을 통해 선진국의 수입 규제조처를 약간 비난한 것 외에는 매우 고답적인 것으로 일관했다.
ADB에서 가장 융자를 많이 받았고 또 역내 가맹국 중에선 선발대열에 들어가기 때문에 노골적인 원조요청도, 원조공여 약속도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ADB도 세은이 IFC (국제금융공사)를 통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하라는 발언을 하여 이색적인 제안으로서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번 총회에서 역시 관심거리는 월남의 참석여부였는데 「사이공」 정부의 공산화 후 월남의 ADB 참여는 처음이어서 무척 관심을 끌었다. 월남대표들은 개막식엔 참석 않고 23일에 도착하여 24일에 연설을 함으로써 공산월남이 「티우」정권의 월남을 자동적으로 승계했음이 확인됐다. 한국은 ADB총회 전에 으레 하기로 되어있는 한· 중·월 「그룹」회담을 하자는 요청이 올 경우 정치적 영향을 고려, 여러 대책을 준비했으나 월남대표의 참석이 늦어짐으로써 한·중·월 「그룹」회의는 자연 유산됐다.
총회 연설에서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치적 냄새는 전혀 없이 아주 온건한 경제적 설명으로 일관했다. 즉 공산화된 후 월남은 외환·실업·부흥 계획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특히 미국은 과거 월남정부가 예치해 놓은 은행예금 등을 자동적으로 공산월남정부에 내주어야 한다고 아주 온건한 어조로 요청했다.
【자카르타=최우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