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등식, 국전심사」에 문제점 없지 않다.|변종하 <서양화가·국전운영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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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법상으로는 신선한 느낌>
국전운영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봄 국전부터 「공개심사」와 「점등식」심사를 하기로 결정을 보았었다.
「점등식」이란 3종의 등색으로 하여금 심사위원각자의 의사표시를 「가」 녹색, 「부」 적색, 「보류」 황색으로 표시하는 것이며 「공개심사」는 각 보도기관원·평론가·초대작가들을 심사장에서 참관토록 하여 지난날 국전에서 야기된 물의들을 조금이나마 덜자는 것이다.
방법상으로는 일찍이 국전심사방법에 없었던 일이라 신선한 인상도 없지 않다.

<긴장 지나쳐 「낙선」사태도>
그러나 필자는 한 화가의 입장에서 착잡한 감회도 숨길 수는 없다.
비록 출품작품들이 불완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심사하는 마당에서는 선의의 논쟁이나 주장도 있을법한 일이며 또 심사위원의 뜻이 한 등불로만 표시되어 사무적으로 집계되어 버린다는 것이 무엇인가 흐뭇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국전은 그 동안 많은 물의를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물의가 있었던 일 만큼 사회의 관심도 높았다고 한다면 오늘에 있어서 「공개심사」나 「점등식」 심사방법의 시도도 앞날을 위하여서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관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
심사는 서양화인 경우 접수작품 4백 6점 중 입선이 3점, 보류 15점으로 입선예정 수 60점에는 보류작품을 합쳐서 3분의 1에도 미달이다.
긴장이 지나쳐서인지 낙선의 사태다. 재심한 결과 도합 40점의 입선보류작품을 선출하고 그 결정을 다음날로 미루기도 했었다. 참관석에서는 입선을 더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들이다.
특선작품 선출만은 좀더 논의가 있어야 좋겠다는 참관인들의 의견도 없지 않았다.
한편 수상후보작이 없어서 대통령상을 포기한 동·서양화 분과의 결정을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하는 기이한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3일간 계속된 심사는 「공개심사」와 「점등식」이라는 새로운 시도에서 대과 없이 끝을 맺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아직도 남아있다.
한정된 시간에 그 많은 작품들을 직관에만 의존하여 「가」 「부」를 결정짓기란 상당한 위험성이 따른다는 점이다.

<선의의 토론·주장 바람직>
가령 한 작품에 사용된 소재가 그 화가의 내면세계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미술작품 심사란 좀더 시간을 두고 신중히 다루어져서 옳을 줄로 안다.
필자는 앞날의 바람직한 국전을 위해서 공개심사장에서 선의의 토론을 벌여 예술론들을 만인 앞에 공개하는 방식을 다시금 제의한다.
이것은 「점등식」과 같은, 예술의 세계에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편법 심사에서 국전이 해방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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