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혁명의 우선회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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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4년의 군사 「쿠데타」이후 2년 동안 정치적 혼란을 거듭해온 「포르투갈」은 25일 반세기만에 국민의회 의원을 뽑는 자유 총선을 실시함으로써 민주국가로 향한 진일보를 내딛었다.
2백 63석의 의회를 구성하는 이번 선거에는 14개 정당이 경합하고 있지만 비례대표제 규정에 의해 사회당·인민민주당·사회민주당·공산당의 4개 정당이 주로 진출할 것이며 좌파에 대한 보수 반발세에 힘입은 범중도 세력이 제1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과반수 득표는 어려워 공산당을 제외한 중도·좌파의 연정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제헌의회 선거에서 38%의 지지를 얻어 자신만만한 「마리오·소아레스」의 사회당은 민간투자촉진·가격통제·새 농지개혁 그리고 국유화 반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프란시스크·사·카르네이로」의 중도 인민민주당은 혼합경제와 노조기구의 분산을 내세우며 서독·「스웨덴」의 사민당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8%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지만 반공 보수정당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프레이타스·아마랄」의 사회민주당은 국유화 반대와 새 농지개혁을 주장,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지난가을 좌익 「쿠데타」의 실패로 위축되어있는 「알바로·쿠냘」의 공산당은 노동자의 공장장악·국유화 추진·세제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선거로 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포르투갈」은 이번 총선으로 군사혁명이후의 우선회를 재확인하는 셈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의회민주제가 완전히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혁명 이후의 군부활동이 아직 정치에서 손을 떼지 않고 헌정복귀를 위한 후견인임을 자처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또 2개월 후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한다. 「포르투갈」의 복잡한 헌법하에서는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혁명평의회가 권력을 분담하게 되며 대통령은 또 3군 총사령관과 혁명평의회 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민간의회가 구성되더라도 대통령에는 군부출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현 대통령 「코스타·고메스」 장군(61)과 작년 좌익 「쿠데타」를 분쇄. 중령에서 일약 장군에 특진된 「안토니오·에아네스」 육참총장(41)이 물망에 오르고있다.
앞으로 새 대통령이나 새 의회는 「포르투갈」의 정치적 안정을 되찾더라도 전쟁을 치른 것 이상으로 황폐해진 경제재건이란 과제를 다같이 안고있다.
식민지를 잃은 타격에다 「앙골라」등에서 50만의 피난민이 몰려든 「포르투갈」은 지난해 15%의 실업율, 연 25%의 「인플레」, 그리고 무역적자 17억「달러」, 외채1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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