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주연배우 '몸값'=연기+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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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들의 출연료를 일컬어 '몸값'이라고 하던데 한국 영화에서 주연급 배우의 몸값은 대략 얼마나 되나. 그들은 정말 '몸값'을 하나. (mycutebird@hotmail.com)

(A) A급 배우들은 영화 한 편 찍을 때마다 강북의 30평대 아파트 한채 값이 생긴다. 영화가 설혹 실패해도 받은 돈 다시 토해내란 사람도 없다. 물론 감독의 OK 사인을 받으려면 설령 그 곳이 진흙탕이든 눈밭이든 얼음판이든 열번이고 백번이고 온몸을 굴려야 한다. 이런 데서 '몸값'이란 말이 유래했다는 소수 의견도 있으니 참고만 하시라.

그들은 과연 몸값을 할까. 최근 충무로에서는 한석규의 '이중간첩'이 흥행에 참패해 '2주간첩'이 되면서 몸값의 정의와 범위를 두고 궁시렁대는 소리가 자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5억원+α(러닝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배우 출연료와 흥행 성적을 연결지어 그 배우의 적정 출연료를 산출하는 신비의 공식이 발표된 바는 없다.

그래서 배우가 돈 받은 만큼 제대로 구실을 하는지는 연기력을 빼고 나면 성실한 홍보 태도를 보였는지로 모아지게 된다.

한 영화제작자는 "배우의 출연료는 연기력.화합력.홍보력을 두루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홍보력을 강조한 이유는 상당수의 배우들이 촬영이 끝나면 사명을 다한 줄로 착각하고 '날 잡아잡수-'식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서다.

TV에서 떠서 영화계에 데뷔한 남자배우 A씨. 그는 개봉 전 TV 오락 프로에 나가달라는 영화사의 부탁에 "그런 데 나가 잡담하기도 싫고 잘 하지도 못한다"며 고집을 피워 그를 발탁한 영화사 사장과 끝내 등을 돌리게 됐다.

연기파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또다른 남자배우 B씨. 그는 홍보를 위해 방송 출연을 해달라고 한 영화사 여직원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 충격받은 그 여직원이 사표를 내고 말았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

물론 이런 거만한 사례를 들으면 발끈할 배우들 많다. "누군 '쟁반 노래방' 나가서 쟁반에 머리 맞고 싶나?" 28일 개봉한 '선생 김봉두'에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차승원은 홍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열의를 보였다. 그가 이 영화를 위해 응한 인터뷰는 무려 방송 16회, 신문.잡지 16회, 라디오 5회에 달한다.

한 홍보 담당자는 "홍보 활동이라면 나 몰라라 하던 배우가 막상 사람들 앞에서 '이 영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가증스러울 정도"라고까지 말한다. 누구처럼 CF에만 나오는 신비주의도 좋지만, 업계에서 몸값도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라면 그에게 스타라는 이름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 아닐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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