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살찌면 기업과 국민경제도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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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일 부홍은 저축이 바탕>
동화에 나오는 개미와 배짱이의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근면하고 규모 있는 생활을 하여 저축을 많이 한 나라일수록 경제도 발전하고 또 국민들의 생활도 향상되어왔다. 2차대전후 서독과 일본이 그토록 빨리 경제부흥을 이룩하고 오늘날 세계최강의 경제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것도 양국국민들의 높은 저축열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저축을 하려면 당장의 소비욕망을 희생해야한다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일시적인 소비욕망을 희생하고 저축을 함으로써 가계를 살찌우고 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이 이룩된다는 큰 보장이 따른다. 국민경제의 발전은 꼭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연결된다. 저축은 당장은 입에 쓰지만 길게 보면 무척 좋은 양약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금년을 「총력저축의 해」로 정하고 1조원 저축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뜻이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 나라는 경제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돈을 많이 외국으로부터 빌어다 썼다.

<「쓰고 남은 것」이 아닌 저축>
그러나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제수지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우리가 필요한 투자재원을 우리의 저축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1인당 GNP가 5백 「달러」선을 넘어선 소득수준의 향상과 현재 널리 일어나고 있는 분수에 맞는 생활풍조에 비추어서도 대대적인 저축운동이 성공할 여건은 성숙했다고 본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위해선 범국민적으로 저축을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물론 빠듯한 살림에서 저축을 하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또 우리 나라의 소득수준이 낮아 아직 저축할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있다. 그러나 저축의 근본이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먼 장래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검소하고 규모 있는 생활설계로 먼저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한다는 것임을 명심해야겠다. 빠듯한 가계에서 자립의 의지를 갖고 푼푼이 모아 가는 저축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이다. 때문에 가계저축에 대해선 보통 은행예금보다도 높은 연 18%의 특별금리를 주고있다.
물론 지금도 적은 봉급에 비해 놀랄 만큼 높은 저축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근로자재형 적극 뒷받침>
특히 근로자들이 많지 않은 봉급 중에서 피나게 저축하는 것을 보면 저축에 대해 보다 많은 보상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저축금리를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대출금리도 갈이 손대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의 명목보다 금리의 실질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더 소망스러울 것이다.
즉 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실질적인 금리보상을 더 많이 돌아가게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저축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희생이 따르는 근로자저축에 대해선 근로자의 생활설계를 지원하고 먼 장래에의 꿈을 심어준다는 뜻에서 금리·세금 면에서 특별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으로 은행금리 외에 저축장려금을 주어 연25∼30%의 수익을 보장하고 이자에 대해선 세금도 면제한다.
「오일·쇼크」이후 물가가 금리수준보다 많이 올라 예금한 사람이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오일·쇼크」이후의 부의 금리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겪은 과도기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것을 기준으로 저축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문제다.

<물가안정과는 「톱니바퀴」>
금년 들어 우리 나라 물가는 매우 진정세를 보여10%선에서 안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안정추세를 정착화하기 위해 정부는 고통스러운 총수요 억제책을 계속 추진하고 물가안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안정기조의 조성이야말로 저축증대의 바탕이며 국민들에 대해서 도 떳떳이 저축을 권유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따라서 명목적인 금리손질보다 고통스럽더라도 안정화 노력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저축에 대해 보다 많은 보장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가 물가 10%선의 안경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저축과 물가안정, 또 소득증대는 서로 맞물고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것인 만큼 정부와 기업·가계 또는 금융기관이 모두 서로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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