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의「딜레머」|리처드·홀브루크<미 국제문제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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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의 해를 맞아「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의 위치는 하나의「딜레머」에 빠져있다. 「키신저」는「덜레스」국무장관이래 미국의 .외교정책 수행상 완전 독주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거취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의회와의 충돌 잦아>
지난 8년간「키신저」는 미국정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으며 오늘날 조금 기울긴 했어도 아직 미국의 정책결정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그의 정책들에는 불똥이 붙었고 도청사건으로 인한 법적 도전. 그리고 최근 간행된『「닉슨」최후의 날들』에서의 그의 역할들로「키신저」는 새로운 공격을 받아 곤경에 처해있다.
「키신저」와 의회와의 충돌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번 대통령예선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공격화살이 모두「키신저」개인에게 돌려진 것은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노드캐럴라이나」예선에서「리건」후보가「포드」대통령을 처음으로 물리치고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중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그가「텔리비젼」연설에서「데탕트」와「키신저」를 공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닉슨」과「포드」. 그리고「키신저」가 수행해온「데탕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런데다「포드」대통령이 갑작스럽게「데탕트」란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고 오히려「리건」의 공격을 더 받게된 것이다.

<사임 않으면 치명상>
그럼에도「키신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책을 변명하고「리건」등 그에 대한 비판자들을 공격했다.
이것은「키신저」가 미국의 국무장관으로서 관례를 깨고 대통령선거운동에 관여했다는 점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지만 대통령이 포기하겠다는 정책을 국무장관이 옹호하고 다니는 묘한「딜레머」를 제기했다.
「키신저」는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리건」파의 보수경향으로 기울고 있는데 반해 그 자신은 진보정책을 고집함으로써 그의 자리가 위태로와 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이제 그를 고립시키고 말았다.
그러면「키신저」는 사임할 것인가? 아직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가 자리에 남아있을수록 그 자신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키신저」는 오늘날 서방 쪽에 불리한 세계정세를 다루는데는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한편으로 그는 권력에 애착을 갖고있기 때문에 자진해서 국무장관이란 자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까지가 고비>
또 이 시기에 그가 사임하는 것은 공화당 내 우파를 진정시키기 보다 오히려 그들을 고무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시기가 문제인데 전당대회가 끝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포드」대통령이 공화당후보로 일단 지명되면 우파의 고삐를 늦을 여유를 가질 것이고 그때는 대소전력협상(SALTII)을 타개할 수 있는 그로서는 마지막 영광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문제는 현재 내정의 압력 때문에 크게 낙담하고 있는 그가 맹타를 연거푸 맞아 가면서도 그때까지 견뎌 낼 수 있느냐는 것이 크게 회의적이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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